봄기운을 따라 새 학기가 시작한지도 벌써 4주가 지나가고 있다. 첫 시간에 어색하던 강의실의 분위기가 어느새 익숙해진 모습으로 자리 잡아 가며, 때론 진지하게 때론 발랄하게 학생들과 교감을 형성해 가고 있다. 개강하고 첫 주에 있었던 일이다. 강의실에서 새로 만난 얼굴들이 누구인지 알기 위하여 자연스레 출석부를 옆에 두고, 이름과 얼굴을 맞춰 나가기 시작했다. 대학원 강의는 학부와 달리 그리 많은 인원이 수강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편한 분위기에서 얼굴을 쳐다보면서 먼저 이름을 물어 보고, 그 이름을 출석부에서 확인해 나가는 중이었다. “거기 뒤에 앉은 형제님은 이름이 어떻게 되지요?” “저기 앞줄에 앉은 자매님은 이름이 뭐지요?” 어색한 첫 날의 수업 분위기를 애써 바꿔 보기라도 하려는 듯, 잔뜩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는 출석을 체크해 나갔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것은.. 이미 몇 번 이런 식으로 이름들이 불러지고 난 후였다. ‘아차! 내가 지금 뭐라고 했지?’ 나도 모르게 불쑥 튀어 나온 그 호칭에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며, 순간 내가 교회에서 하던 식으로 학생들을 호명하고 있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학생들도 내가 좀 이상하다고 느껴 하는 것 같은 눈치임을 그때서야 발견했지만, 그 다음부터 다시 ‘아무개 학생’으로 내 입에서 나오는 호명이 바뀌자 다행히도 별다른 사고(?)는 없이 넘어가게 되었다. 휴~ ^^;; ‘그동안 얼마나 그 호칭이 내게 익숙해져 있었으면.., 내가 수업 시간에 학생들을 부르면서 형제님, 자매님이라고 호칭을 쓰다니~!’ 학생들은 순간 내 입가를 가로지르며 미묘하게 스쳐 지나갔던 그 미소가 무얼 의미 하는지는 전혀 눈치 채지 못하였으리라! 사랑침례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한지 이제 만 6개월이 되었다. 처음 교회에 와서 성도들을 형제님, 자매님으로 부른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내 마음 속에서는 이런 생각이 떠다니고 있었다. ‘아니, 형제, 자매라고 부르는 것 그 자체는 좋지만, 모두 다 그렇게 부르면.. 가령 같은 교회를 다니는 친구의 아들이 있다고 쳤을 때는 어찌 되냐..? 그 아들이 아버지뻘 되는 날 보고 형제님~ 하면 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인가? 자기 가족은 교회서는 뭐라고 부를까? 자기 아내에게도 자매님, 딸에게도 자매님 이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처음에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나의 입술에도 형제님과 자매님이라는 호칭은 어느새 자연스러운 것이 되어 버렸다. 정확히 언제부터 이러한 호칭이 익숙해졌는지는 전혀 기억을 못한다. 다행인지 몰라도 적어도 아직 까지는 나에게 처음에 우려했던 것과 같은 그런 다소 난처할만한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잠깐 생각을 해보자. 천국에 가면 도대체 우리들은 서로를 무어라고 부르게 될까? 그때는 이 땅에서 살던 그런 관계가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니까.., 뭐 혹시 형제, 자매라고들 부르지 않을까? 이 땅에 살 때 어떤 관계였던지 간에, 나이가 얼마나 차이가 나던 간에, 직분이 무엇이었든지 간에.. 그래, 우리는 모두 다 하나님 앞에서 형제, 자매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거야 말로 천국 생활의 예행연습이 아닌가? 와우~ 형제여, 자매여, 우리는 모두 미래의 천국 시민입니다. 우리가 부르는 이 호칭은 바로 그것을 미리 맛보게 하여 주는 너무나도 멋진 우리들만의 특권을 나타냅니다. 환영합니다, 형제님, 자매님, 천국의 모형 안에 들어오신 것을..! 나의 걱정은 기우였다. 나의 아내도 딸도 교회 안에서 만나면 모두 자매라고 불러야겠다. 나에게도 어서 그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 날에는 아마도 양 볼 사이로 잡아 당겨진 나의 두 입술이 아마 그냥 그대로 좀처럼 쉽게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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