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판위에 앉은 까치 한 마리
사람들은 조금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합니다. 그것이 엄살일 지라도 아프다는 말로 표현을 합니다. 그러나 너무 아프면 이런 엄살도 나오질 않습니다.
사람들은 조금 힘들면 어느 누구에게 호소하고 싶어집니다. 이 호소가 발전하여 큰 소리로 울부짖기도 합니다. 하지만 너무 힘들면 아무에게도 호소할 마음이 생기질 않습니다.
사람들은 조금 좋으면 소리를 막 지르고 싶어 합니다. 어깨를 들썩들썩 덩실덩실 춤을 추고 싶어지기도 하지요. 그러나 너무 좋으면 기가 막혀 말도 제대로 잘 안 나옵니다.
좋은 것! 깊이 있는 것! 가치 있는 것! 그것은, 요란함 속에 있지 않고 바로 그 아래 조용하고 고요함속에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조용한 힘일 것입니다.
햇볕은 아무 소리 없이 그 열을 하루 종일 내리쏟기만 하고 있습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그의 열기는 대단합니다. 그 속에는 놀라운 힘이 있습니다. 살리는 힘이 있습니다. 죽이는 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런 말이 없습니다. 조용히 자기의 열기만을 쏟아 내기만 합니다.
이것이 조용한 힘입니다.
이슬은 우리들 모두가 잠든 밤에 아무런 소리 없이 맺혀 집니다. 영롱한 그의 모습은 청아하기만 합니다. 깨끗합니다. 이슬 맺힌 잎사귀는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그 생명력이 풋풋합니다. 내가 더 크다고 자랑하지 않고 내가 더 작다고 슬퍼하지 않습니다. 그저 조용히 자기의 방울들을 만들어 갑니다. 만들다 땅에 떨어져 자기의 생명을 다 하고 갑니다. 이렇듯 이슬은 모든 식물에 새로운 생기를 가져다줍니다.
이것이 조용한 힘입니다.
우렁찬 천둥소리는 요란합니다. 번쩍이는 번개 불은 두려움을 몰고 옵니다. 이것에 맞으면 건물이 파괴고 사람이 맞으면 검은 숯이 되어 까맣게 타 죽습니다. 대단한 전기 에너지의 근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대단함 뒤에는 부드러운 구름의 조용한 움직임 속에서 생겨납니다. 구름과 구름의 충돌이 천둥이요, 구름과 구름의 마찰이 번개라고 하니 말입니다.
그 근원이 조용한 힘인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이 대자연에 있어서까지도 힘은 조용함 속에 있음을 알게 해 줍니다. 가장 큰 힘은 소리 없이 작용함에 있음을 알게 해 줍니다. 요란한 힘의 근원도 부드러움의 조용한 움직임에 있음을 알게 해 줍니다.
고요한 새벽에 드리는 조용한 기도는 놀라운 힘의 근원임을 느낍니다. 하루가 새롭고 아침이 상쾌합니다. 조용함 가운데 사랑이 이글이글 내려 쏟습니다. 조용함 가운데 사랑이 스며들듯 젖어 듭니다. 조용함 가운데 사랑의 근원이 부드럽게 다가옵니다.
우리에게로 향하신 하나님의 사랑은 위대한 힘이 있습니다. 그것은 보여 지지 않습니다. 만져지지도 않고, 소리 내지도 않습니다. 요란하지 않습니다. 그 사랑은 조용함 속에 있습니다. 그 사랑은 소리 없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 사랑은 조용한 움직임 속에 있습니다.
이러한 사랑은 성장을 이끌어 갑니다. 이러한 사랑은 변화를 만들어 냅니다. 이러한 사랑은 새로운 생명을 창조해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랑은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기 때문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설날을 맞아 분주히 움직이던 지난 화요일! 삶에 지치고 외로움에 몸서리치던 까치 한 마리가 영원히 쉴 곳을 찾아 머나먼 길을 떠나셨습니다. 숨 가쁜 날개 짓으로 조그만 게시판에 위에 앉으려 날개를 펄럭입니다. 그리곤 숨을 몰아쉬시며 길을 묻습니다. 하~얀 국화 한 송이는 모르겠다며 고개를 살랑살랑 흔듭니다. 이름 모를 다른 꽃잎들도 모르겠다며 흔들흔들 몸짓으로 답을 합니다.
애고 힘들다! 조금 쉬었다 가자! 까치 한 마리가 게시판 위에 앉았습니다.
“유 생수 집사 이 땅위에 89년을 사시다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시다.”
너무 지쳐 있었고, 너무 외로우셨습니다. 젊은 날, 홀로 만주벌판을 돌고 돌아 20세의 젊은 청년으로 남한 땅에 정착하시고 멎진 삶을 살아내셨습니다. 서울의 밝은 동네에서 여성의 멋을 창조하는 의상실을 운영하시며 큰 영화를 누리기도 하셨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감사한 것은 우리 자식들에게 예수님을 알게 해 주셨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그렇게 고맙고 감사하고 기쁜 일인지요. 자식들에 대한 사랑이 강물처럼 흘러넘치셨던 분이셨습니다.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찬송소리를 들으시면서 조용한 가운데, 고요함 가운데 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만을 바라면서,,,,,,,
유 용수 2014년 2월 6일(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