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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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깊어가는 가을녁에조회수 : 8313
    • 작성자 : 조양교
    • 작성일 : 2014년 11월 25일 11시 36분 12초
  • 이른 아침, 여느 때와 같이 둘째 딸과 함께 출근 길에 오른다. 어둠이 걷히고 어슴프레 밝아진다. 몸에 한기가 쭉 밀려온다. ‘좀 춥지않니?’ ‘아니, 별로~’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다. ‘어제보다는 추운 것 같은데...’ 하면서 말을 흘리고 차에 올라탔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거뭇 거뭇, 축축하게만 보인다. 사람과 나무는 반대다. 날이 추워지면 사람은 두꺼운 옷을 껴입지만 나무는 여름내 화려하게 입었던 옷들을 떨구어 낸다. 나무에게 여름이 성장의 기간이라면 겨울은 내실을 다지는 기간이다. 여름내 늘려 놓았던 나뭇가지의 표피를 단단히 여며 나간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날씨가 의외로 푸근하다. 센티한 마음에 주변 공원 길을 걸었다. 낙엽 떨어지는 풍광이 장난이 아니다. 도로와 보도위 낙엽은 쓸어담을 엄두가 나지 않고, 간간이 빌딩 주변의 경비원들의 손길이 분주히 움직인다. 공원 한 귀퉁에는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조그만 손 라디오를 통해서 흘러나오는 대중가요에 흥얼댄다. 평일인데 등산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꽤 많다. 겨울이 오기 전 마지막 가을을 한껏 느끼려는 것일까?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나무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죽음을 맞이한 사람이 하나님앞에 가서 항의?를 했다고 한다. 할 일도 많은데 왜 갑자기 데려오시면 어떻게 하냐구. 그 항의에 하나님은 수많은 예고를 해주었다고 답했다. 이 사람은 눈이 동그레 졌다. ‘봄이 되면 풀과 꽃을 피우고 나무에 잎사귀를 돋아나게 했다. 여름이면 생명의 풍성함을 노래하게 했고, 가을이면 열매를 맺게 하고, 겨울이면 화려했던 모든 것들을 거둬들이게 했다. 해와 달과 별들을 통해 시절을 알게 하고, 생명체들의 생성을 통해 삶과 죽음의 때를 알려 주었다’고 하신다. 하나님은 시간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때를 통해서 편지를 쓰시기도 하며, 시를 쓰시기도 하며, 노래하시기도 하신다. 삶을 보고 죽음을 보지 못하며, 어두움을 보며 빛을 깨닫지 못한다면 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일생에 한 면만 보고 살아가는 사람처럼 불행한 사람은 없다.

    최근에 읽은 책에 나오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한 노부부가 있었다. 두사람은 60번째 생일과 40주년 결혼 기념일을 동시에 맞이했다. 어느 조용한 저녁, 두사람앞에 요정이 나타났다. ‘두분은 40년동안 서로를 너무도 사랑하고 아끼며 사셨기 때문에 소원을 한가지씩 들어드리겠어요’ 신실하며 사랑스런 아내였던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함께 멋진 유람선을 타고 로맨틱한 카리브 섬을 여행할 수 있는 티켓을 원했다. 와우!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할머니의 손에 티켓이 쥐어졌다. 다음으로 요정은 할아버지에게 소원을 말하라고 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30년 젊은 아내와 살고 싶어요’ 요정은 코를 만지작 거리며 지팡이를 흔들었다. 할아버지는 갑자기 90살로 변해 버렸다!

    만약에 요정이 할아버지에게 먼저 질문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 세상에 거저 주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욕심은 또 다른 절망을 맛보게 한다. 편견과 욕심속에 살아가는 것이 사람의 인생이다. 떨어지는 낙엽을 통해 죽음 저편의 삶을 생각하고, 어두움을 통해 빛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생각해야 겠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지금도 편지를 쓰신다. 새들의 노래소리와 떨어져 뒹구는 낙엽소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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