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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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09년 5월 2일 15시 15분 18초
  • 다음의 글은 1년 반 전에 돌아가신 아버님을 위해 기록한 것입니다.
     
    사랑하는 아버지!
    오늘 우리는 하나님의 성도 정호걸 장로님이 이 땅에서 쓰시던 몸 앞에 숙연히 서 있습니다. 아버지는 1930년에 황해도 안악군 안곡면 학산리라는 작은 마을에서 농부의 맏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산골에서 조금은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10살이 되기도 전에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면서 아버지는 가정을 돌보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잘했음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할머니를 도와 농사를 지으며 가정을 이끌었습니다. 고향에서 기독교를 접해서 교회를 다녔지만 예수님을 구원자로 영접했는지는 모릅니다.
    그러다가 1950년에 육이오 전쟁이 터지자 아버지는 인민군으로 차출되어 전쟁을 치르다가 UN군의 포로가 되어 거제도 수용소에서 반공 포로로 지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고향에 돌아갈 기회가 있었으나 공산주의가 싫어서 홀로 이남 땅에 머물기로 하셨습니다. 그 뒤 아버지는 다시 군대에 입대해서 병역의 의무를 마치고 이남 땅에서 삶의 투쟁을 시작했습니다. 일가친척 하나도 없는 이북 청년이 빈손으로 시작한 사회생활이기에 투쟁이라 하는 것이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도토리묵도 팔고 아이스크림 장사도 했습니다. 또 석유도 팔아서 어느 정도 돈을 모았지만 술에 빠져 모두 탕진하고 말았습니다. 고향을 잃은 설움과 인생이라는 망망대해를 혼자 노 저어 가야한다는 고독과 중압감 때문에 아버지에게는 술이 유일한 벗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아버지는 29세에 어머니와 결혼하여 초등학교 앞에서 문방구도 하고 인쇄도 했으나 돈이 생기면 모두 술 먹는 데 써서 집안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탕진한 뒤에 용현동으로 이사 와서 콩나물 장사, 고물 장사를 하며 생계를 꾸려갔습니다. 물론 그때도 술을 끊지 못해 생활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머니가 용현 교회를 다니면서 부흥회에서 은혜를 받았는데 이때에 일이 잘못되어 정신적인 문제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때에 박점덕 목사님께서 심방하셔서 회개하고 주 예수님께로 돌아올 것을 촉구하시자 아버지는 그 순간에 눈물을 쏟고 회개하시고 바로 그 날부터 술 담배를 완전히 끊고 그리스도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이 일은 제가 10살 쯤 되었을 때 일어난 것 같습니다. 그 전에는 아버지께서 술을 먹고 들어오면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 저와 동생의 일이었는데 그 이후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그때에 아들 셋을 두었는데 셋째 아들이 병이 들었으나 돈이 없어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해 죽어서 자신의 손으로 송도 앞의 산에다 묻었습니다. 한 마디로 그때에는 사는 것 자체가 투쟁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아버지는 굳게 믿음을 붙잡고 온 가족의 믿음의 대장으로 가정을 인도하셨습니다. 또 하나님의 복으로 다시 막내아들을 하나 더 얻으셨습니다.
    그 뒤 용현 시장으로 집을 옮겨서 아버지는 잡화 가게, 연탄 가게, 고추 가게, 닭 장사 등을 해서 아이들의 뒷바라지를 했습니다. 연탄을 나르던 아버지의 모습이 지금도 선합니다. 특히 독쟁이 언덕으로 자전거로 연탄을 나를 때는 저나 동생을 불러 뒤에서 밀게 했습니다. 그때에는 그 일이 좀 부끄러웠고 하기 싫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열심히 도와드리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습니다. 한 마디로 아버지는 가족의 평안을 위해서라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궂은일을 다 하셨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에 어머니가 석유난로를 사용하다가 온 몸에 화상을 입어 거의 죽게 되었지만 그 어려움 속에서도 가정을 이끌며 아이들 교육을 시켰습니다. 또 어머니도 주님의 은혜로 살아나게 되었습니다.
    그 뒤 인하대학교 뒤로 이사를 해서 식당을 하면서 경제 사정이 조금 나아졌습니다. 그리고 부천제일병원에서 매점을 경영했는데 이때부터 아버지의 몸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소변에 단백질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몸이 붓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가지 약을 써 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젊을 때 술에 빠져 산 것이 문제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1992년 9월에 캐나다로 유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몇 달째 병상에 누워서 몸이 좋지 않았지만 비행기 표와 얼마의 돈을 준비하고는 아무 걱정하지 말고 유학 가라고 하셨습니다. 그때에 아버지는 “네 인생은 네가 사니 내 걱정 하지 말고 주님께 맡기고 믿음으로 유학 가라”고 하셨습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저는 엉겁결에 작별 인사를 하고 비행장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아버지는 계속해서 신장병으로 고생했지만 어느 날 갑자기 한약을 드시고 몸의 붓기가 모두 빠지면서 다시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한 마디로 그 이후로 지금까지 약 20년 동안 아버지는 하나님이 덤으로 허락해 주신 인생을 살게 되었습니다. 삶 자체가 야곱의 삶처럼 험난했지만 아버지는 홀로 피난 나와서 아들 셋 모두 대학 교육시키고 떳떳한 사회인으로 만들었습니다. 두 명은 공학 박사가 되어 각자의 분야에서 부지런히 살고 있고 또 하나는 고등학교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없이 이남 땅에 나온 우리 아버지는 무엇보다 먼저 믿음에서 성공했고 이 정도면 세상적인 것에서도 세상의 어느 아버지보다 성공했습니다. 병으로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매일 성경을 10장 이상 읽으며 어머니와 함께 새벽 기도를 다니면서 믿음의 생활을 하셨습니다. 세 아들과 손자 1명, 손녀 6명을 위해 그들이 믿음의 사람이 되라고 날마다 기도해 주셨기에 저희 아들들과 자손들은 믿음에서, 세상의 일에서 잘 하고 있습니다. 어머니와 아들들과 며느리 셋, 그리고 일곱 명의 손자들이 모두 주 예수님을 알고 주님 안에서 살기를 원하니 이것보다 더 큰 성공이 어디 있습니까? 아버지는 마땅히 할 일을 다 이루셨습니다.
    이번에도 돌아가시기 바로 전에 제가 미국에 8일 동안 출장 갔는데 아버지는 이것도 참아내시고 결국 제가 돌아온 뒤 아들을 보고 하늘나라에 가게 되었습니다. 산소를 공급받지 못해 호흡이 가쁘고 온 몸의 장기들이 제대로 활동을 못하지만 그럼에도 어디 한 군데 아픈데 없이 말 그대로 평안의 극치 속에서 아름답게 별세하는 아버지가 저는 부럽습니다. 주님을 믿고 사는 사람의 복이 여러 가지 있겠지만 나이가 들면서 임종 시의 평강의 복이 가장 큰 복임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버지는 야곱처럼 자식들의 복과 임종 시의 복을 모두 받았습니다.
    이제 아버지는 믿음의 영웅들의 영접을 받으며 당당하게 하늘나라로 들어갔습니다. 아버지의 행위나 공로와 상관없이 오직 우리 주 예수그리스도의 피의 공로를 힘입어 아버지 하나님 앞에 부끄럼 없이, 의인으로 섰습니다.
    내게 의의 문들을 열지어다. 내가 거기로 들어가 주를 찬양하리로다. 이것은 주의 문이니 의로운 자들이 거기로 들어가리로다. 주께서 내 말을 들으시고 나의 구원이 되셨으니 내가 주를 찬양하리이다(킹제임스 흠정역 성경 시118:19-21).
    아버지, 지금까지 너무 잘 싸웠습니다. 어려운 고통의 순간들을 인내로 잘 참으셨습니다.
    아버지, 우리 가족 모두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믿음을 심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와 온 가족은 하늘나라에 가서도 영원히 아버지의 은혜와 사랑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아버지는 가시지만 아버지의 믿음의 후예들은 여전히 이 땅에서 주님의 일을 할 것입니다.
    아버지, 조그만 기다리세요. 어머니와 우리 아들들과 자손들이 모두 같이 아버지 가신 데로 갑니다. 영원히 병도 없고 늙음도 없고 죽음도 없는 그곳으로 말입니다!
    이 사람들은 다 믿음 안에서 죽었으며 약속하신 것들을 받지 못하였으되 멀리서 그것들을 보고 확신하며 받아들였고 또 땅에서는 자기들이 나그네요 순례자라고 고백하였으니 그런 것들을 말하는 자들은 자기들이 본향을 찾고 있음을 분명히 나타내느니라(킹제임스 흠정역 성경 히11:13-14).
    내가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은즉 이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관(冠)이 예비되어 있나니 주 곧 의로우신 심판자께서 그 날에 그것을 내게 주실 것이요, 내게만 아니라 그분의 나타나심을 사랑하는 모든 자들에게도 주시리라(킹제임스 흠정역 성경 딤후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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