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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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년 12월의 편지조회수 : 8387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5년 12월 25일 10시 56분 42초
  • 안녕하세요?
    휴일 잘 보내고 계신가요?
     
    예수님은 우리가 죄인이기 때문에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그래서 누구든지 내재된 죄성을 인정하고 하나님의 긍휼을 구하면 언제라도 받아주십니다.
    이것이 성탄절의 의미입니다. 위선과 가식을 버리는 일이 기독교의 핵심입니다.
    아침에 받은 글을 공유합니다. 편히 쉬고 주일에 만나요.
     
    샬롬
     
    패스터
     
    결점조차 아름다운 사람들의 매혹 1편
     
    어린 시절 나는 가끔 상상했다. 나의 단점을 모조리 빼버리고, 장점만을 알뜰히 모아놓는다면, 나는 훨씬 멋진 사람이 되지 않을까.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는 몽땅 지워버리고, 자랑스러운 과거만을 모아놓는다면, 삶은 좀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이 세상도 그렇지 않을까. 우리가 자신들의 취약점을 세련되게 은폐할 줄 안다면, 장점을 멋지게 포장하는 능력을 강화한다면, 좀 더 살 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상상은 매우 위험한 것임을, 우리는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깨닫는다. 단점을 제거하고 장점만을 남겨놓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생학의 잔인한 인종차별을 낳지 않았던가.
     
    우리가 타인에게 호감을 느끼는 이유는 그의 장점 때문만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은 자신의 취약점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사람, 자신의 약점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사람들에게서 매력을 느낀다. 약점은 존재의 치부가 아니라 존재의 어엿한 일부다.
     
    빨강머리 앤의 머리카락이 탐스러운 금발이었다면, 빈센트 반 고흐가 억만장자였다면, 악성 베토벤의 귀가 남들보다 훨씬 잘 들렸다면, 우리는 그들을 이만큼 애틋하게 사랑할 수 있었을까.
     
    이렇듯 우리가 타인에게 매혹되는 이유는 그의 탁월함 때문이 아니다. 영원히 채울 수 없는 결핍에도 불구하고 그 결핍을 온몸으로 끌어안는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매력적인 사람들이다. 진정 치명적인 단점은 결핍 자체가 아니라 결핍을 부끄러워하고, 결핍을 꽁꽁 숨기려는 자격지심이 아닐까.
     
    현대사회에서는 결점을 정직하게 끌어안는 것보다는 없는 장점까지 억지로 만들어 자신을 최대한 과대 포장하는 것이 미덕처럼 되어버렸다. 유명인들은 자신의 집 안 인테리어까지 속속들이 공개하며 부를 과시하고, 개개인의 홈페이지에서도 자신의 고민이나 불안조차 쇼윈도의 상품처럼 화려하게 전시하는 이들이 관심을 끈다. ‘우월한 유전자’라는 괴상한 유행어는 마치 한 인간의 탁월성이 태어날 때부터 완전히 결정된다는 식의 끔찍한 편견을 조장한다.
     
    자기 PR을 세련 되게 해내지 못하는 사람은 출발선부터 크나큰 손해를 입는 사회. 이런 현대사회의 단면을 가장 잘 보여주는 단어가 바로 ‘메이크 오버 Make Over’와 ‘쇼 오프 Show Off’일 것이다.
     
    현대인에게 메이크 오버는 단순히 ‘단장’의 수준을 넘어서서 친한 사람들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의 ‘변장’이 되어버렸고, 쇼 오프는 본래 의미인 ‘자랑’을 넘어서 자신을 과도하게 PR하고 광고하는 ‘자만’이나 ‘허영’으로 치닫게 된 것이다.
     
    결점조차 아름다운 사람들의 매혹 2편
     
    인간의 취약점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온 미국의 학자 브레네 브라운Brene Brown은 취약점이 지닌 놀라운 힘을 보여준다. 그녀의 표현에 따르면, 인간의 취약점은 ‘용기’를 측정하는 기준이라고 한다.
     
    십여 년 동안 수천 명의 사례들을 연구한 결과, 용기 있는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의 결점을 숨기려 하지 않고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결점을 완전히 드러낼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용기Courage라는 단어 자체가 ‘심장’을 의미하는 라틴어 코어Cor에서 나왔는데, 용기는 바로 ‘당신이 누구인지를 온 마음을 다해 솔직히 이야기한다’는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행복한 사람들은‘나는 불완전하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털어놓을 수 있다.
     
    행복한 사람들은 자신의 결핍을 거리낌 없이 인정하기에 우선 스스로에게 관대하고,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의 결핍에 대해서도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취약성을 완전히 포용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취약하게 만드는 바로 그 결점들이 자신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은 거절당할 위험을 무릅쓰고 늘 먼저 사랑을 고백하고, 미래가 보장되지 않아도 진정 원하는 일을 선택하고, 건강검진 결과를 기다릴 때조차도 불안에 떨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런 확신이나 보장 없이, 그 어떤 예측이나 계산 없이 자신을 온전히 내던질 수 있는 마음. 그것이 용기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해결되지 않는 결핍 때문에 열등감을 느끼고, 고칠 수 없는 단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나 우리가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출발점도 바로 그 결핍이고, 우리의 기쁨과 우리의 사랑도 바로 그 결핍에서 비롯되지 않는가.
     
    정말 무서운 것은 적들에게 단점을 노출당하는 것이 아니라, 단점이 만천하에 드러났을 때 완전히 용기를 잃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아이들에게 ‘지지 않는 법’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지더라도 결코 쫄지 마’라고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패배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다시 일어날 용기를 잃는 것이 진정 무서운 일이니까.
     
    우리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늘 이기기만 하는 냉혈한이 아니라, 때로는 지고 때로는 이기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가 아름답다는 것, 그런 자야말로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을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끝내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도 ‘혼자’가 아님을 깨닫는 것이니까. 어떤 상황에서도 조건 없이 사랑받고 계약 없이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잃지 않는 것이니까. 우리는 결점을 우아하게 숨기는 법이 아니라, 결점조차도 스스럼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용기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
     
    《마음의 서재》, 천년의상상, 2015. 39∼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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