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해요, 고마워요
어느 날 저녁, 남편과 나는 누가 더 가난하게 자랐는지 자랑하기 시합을 벌였다. "난 말예요, 큰오빠가 입다 만 낡은 남자 오버코트를 뒤집어쓰고 다녔단 말예요." "나도 우리 동네 여학생 하나가 입고 다니던 오버코트를 물려받아 학교에 입고 다녔지. 깃이 다 닳도록 입고 다니면서 내내 부끄러워했어." 순간 내 머릿속에는 여자용 낡은 코트를 입고 추운 겨울을 나야 했던 소년 미우라의 모습이 눈앞에 선연하게 떠올랐다. "가난하게 자랐다는 건 큰 복이야."
금슬이 좋은 것도 사실이지만, 이상하게도 우리 부부는 감기까지 동시에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 미우라는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결핵으로 어려서부터 늘 몸이 약했고, 나 역시 13년간이나 요양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만일 누구 하나가 아프면 반드시 다른 쪽에도 그 영향이 미친다. 때때로 남편은 이렇게 말한다. "몸이 튼튼했다면 아마도 지금의 우리는 없었을 거야."
밑져 보이고 마이너스로 보이는 경험들이 사람을 인간적으로 성숙시키는 데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결혼 전 겪었던 커다란 아픔이 학교에선 배울 수 없는 귀중한 인생 공부가 되고, 그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이 보다 행복한 삶의 밑바탕이 된다는 소중한 결론을, 나는 바로 나 자신의 체험을 통해 얻었다.
남편은 매일 아침 나보다 일찍 잠에서 깨지만, 이불은 꼭 둘이서 함께 개킨다. "괜찮아요, 남편에게 이불을 개도록 만드는 건 양처의 도리가 아니잖아요. 미안해요." 내가 이렇게 말하면 남편은 고개를 저으며 진지하게 말한다. "괜찮아. 부부는 무슨 일이든 함께 해야 하는 거야." 어느 날, 나는 미우라가 세수를 하기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간 사이 몰래 이불을 개켜 올렸다. 그가 올라오기 전에 이불 네 장과 요 네 장을 힘들여 치우고 나니 제법 운동이 되었다. 그때 눈치를 챈 미우라가 서둘러 계단을 뛰어 올라왔다. "저런, 왜 혼자 하려고 했어? 안쓰럽게…." 미우라는 연민이 담긴 눈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몇 번이고 나를 품에 안고 입을 맞춰주었다.
나는 때때로 외로운 섬에서 혼자 살아가는 삶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다를까 하는 생각에 잠겨든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도 어찌 보면 외로운 섬과 마찬가지로 쓸쓸하고 적막하다. 이렇게 맘이 맞는 사람, 이렇게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은 아마도 하나님의 뜻이리라. 이는 몇 번을 감사해도 모자란 일이다.
우리는 날씨가 좋을 때면 산책을 즐기지만, 춥거나 흐릴 때면 집안에서 서로 장난을 치며 시간을 보낸다. 어린 시절 나는 다다미 가장자리로만 뛰어다니는 놀이를 즐겨했는데, 요즘 들어 다시금 미우라와 더불어 그 놀이를 자주 하게 된다. 그가 밝고 경쾌한 노래를 부르면 나는 그의 주위를 뱅뱅 돌면서 사뿐사뿐 춤을 춘다. 그리고 이렇게 노래를 하고 춤을 추다 지쳐 잠자리에 들 때마다 꼭 잊지 않고 하는 말이 있다. "오늘 수고 많았어요. 감사해요, 고마워요."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며 손을 마주잡는다.
『감사해요, 고마워요』미우라 아야코의 수필집 중에서....
우리교회에 문학소녀 이수영 자매님의 글을 읽으면 늘 가슴이 따뜻해 집니다. 가장 좋은 글은 역시 작가의 진심을 담은 글이 아닌가 이수영 자매님의 글을 읽으며 생각해 봅니다. 문득 자매님의 글을 읽고 제가 예전에 눈물을 훔치며 보았던 미우라 아야코의 수필집이 떠올라 인터넷을 뒤져서 책에 나오는 처음 글의 일부분을 소개 해 봅니다. 9년 전 쯤 인가요? 신혼 초에 결혼 기념일 선물로 남편에게 이 책을 선물했던 기억이 나네요. 혹 시간이 되신다면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해요. 부부간의 사랑에 대해 다시금 작은 불씨를 지펴줄 거라 확신합니다.
부부란 과연 어떤 의미인가? 아직은 무어라 정의 내리기엔 이제 결혼 10년차인 제게는 너무 어려운 숙제 같네요.
오늘 김문수 목사님의 설교 말씀이 마음으로는 깊게 와 닿지만 아직 성경적인 바른 가정을 이루어 가기엔 저희 부부 다 연약하고 이기적인 모습이 많이 남아 있네요. 그래도 주님 안에서 소망을 품고 주님 오실 그 날까지 더욱 성화의 과정을 이루어 가야 하겠지요.
요즘 설교 시간에 부지런히 설교노트를 적고 있는 10살 장원에게 오늘 설교의 적용은 뭐라고 썼을까 궁금해서 슬쩍 훔쳐 봤습니다.
"가정을 나중에 이끌어 갈 사람으로서 주님께 충실하며 살아 갈 것이다."
ㅋㅋ 뭔가가 좀 빠진 것 같지만 나름 진지한 구석이 있네요. 귀엽죠?
한 주 한 주 흘러갈 때마다 주님에 대한, 교회에 대한, 목사님에 대한, 성도님들에 대한, 유아부 실에서 꼬물꼬물 예쁘게 자라가는 우리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더욱 깊어지길 기도합니다.
새로운 한 주도 하루하루 힘내시고 믿음으로 승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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