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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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아실 풍경조회수 : 7421
    • 작성자 : 김경민
    • 작성일 : 2013년 4월 8일 0시 19분 21초
  • 추위를 끔찍히도 싫어하는 제가 드디어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는 걸 보니 봄이 제법 우리 곁에 다가오긴 했나봅니다.
    새로운 기대와 각오로 1월 첫 주 부터 교회를 옮긴지도 벌써 3개월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네요.
     
    그런데 신앙의 자유를 찾아 이곳에 막상 나오게 되자 처음엔 안도감과 자유함에 마냥 좋다가 이제 슬슬 무언가가 신경에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친정에 나들이 갔던 딸의 심정이랄까요? 
    '내가 이래도 되는건가? 너무 눈치 없이 늘어져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그런 기분이었던 것이죠.
     
    매 주 비교적 이른 시간에 유아실에 들어서면 우선 잘 정돈된 모습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기에 필요한 소품도 잘 비치되어 있고 (저희 집에 없는 공기청정기 까지 비치되어 있네요.) 아이들과 편안히 예배드릴 수 있도록 의자와 테이블, 커다란 TV 모니터에 스피커 까지....  모든게 너무 좋았습니다. 유아와 자매들의 편의를 위해 여러모로 세심히 배려한 모습이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보이지 않는 손길이 느껴졌습니다.
    매 주 이렇게 편안한 예배공간을 위해 소리없이 움직이는 손길......
     
    아이들이 마실 수 있게 깨끗한 유리병에 채워 진 보리물,
    항상 제자리에 정돈 된 장남감과 비품들,
    때마다 필요한 물티슈,
    아이 엄마들에게 절대로 필요한 당분 섭취를 위한 믹스 커피,
    깜박 잊고 못 챙겨간 일회용 기저귀,
    늘 새 것처럼 차곡차곡 쌓여진 아기담요......
     
    다 누구의 손길 이었을까 문득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곰곰히 살펴보니 서서히 범인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저보다 나이가 어려서 늘 동생이라고만 생각했던 어린 자매님들의 숨은 손길이었습니다. 물론 다른 자매님들의 도움도 있었을 것입니다. 오늘 남편이 일이 있어 늦게 데리러 오는 바람에 처음으로 교회에서 저녁까지 해결을 하게 되었습니다. 밥을 먹고 올라와 보니 그 중 자매님 한 분이 애를 업고 정신없이 구석구석 청소를 하고 있었습니다.
    순간 미안함과 부끄러움이 밀려왔습니다.
    평소에 유치부 예배에도 우리 두 자매님들은 일인 다역을 합니다. 아이를 업고 마이크를 잡고, 누구는 아이를 업고 서서 반주를 합니다.
    저는 껌처럼 달라붙어 꼭 예배시간에 자는 호야를 핑계로 유치부 예배도 자주 빠지기가 다반사였는데 참 부끄럽고 미안하고 그랬습니다.
    설교를 맡아주신 한 자매님은 허리를 다치셔서 앉기도 힘드셨을 텐데 작은 유아용 의자에 앉아 열심히 아이들에게 웃음과 교훈을 주셨습니다.
    또 한 자매님은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걸 참으시며 구두를 신은 채로 아이마냥 신나게 찬양과 율동을 병아리들에게 보여주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가만히 있을 아이들이 아니지요? ㅎㅎ  
     
    오늘은 예배 중에 나가자고 떼를 쓰는 호야를 데리고 잠깐 11층에 내려가 보았더니 주방과 홀의 곳곳에서 부지런히 일하시며 목사님의 설교 말씀을 놓칠세라 '아멘'을 크게 외치시는 한 자매님의 모습도 참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어떤 분은 우리 교회가 예배의 형식도 주보도 없느냐며 의아해 하시지만 저는 이런 자매님들의 헌신과 사랑이 형식보다 더 아름다운 교회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도 이제부터 조금씩 제 역할이 무얼까 고민하며 작은 부싯돌이라도 되어야 겠다 다짐해 봅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형제님들의 노고는 제가 전혀 이야기를 안했네요. 용서해 주세요. 다음에 기회를 엿보다가 또 취재글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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