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다 상황에 맞게 적응이 되기에 저역시 올리는 글마다 주부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겪는 애환을 주로 글로써 풀어가게 되네요. 조금 수준이 낮고 지루하시더라도 꾹 참고 이해해 주세요.^^
행여라도 너무 못 읽을 수준이시면 과감하게 지적 해 주세요. 반성하고 고치도록 아니 때론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저희 교회 7080세대 부부들의 모임에서 제 아이디는 노산 김경민입니다. 각박한 세상에서 조금이라도 웃어보시라고 그렇게 지었지요. 그에 앞서 무모하지만 믿음으로 네 아이를 출산하여 다산의 상징이 되신 다산 정진철 형제님의 아이디를 패러디 한 것입니다. 그랬더니 곧 출산을 앞둔 한 자매님은 자신의 아이디를 순산이라고 하시며 모두를 폭소에 빠뜨리시더군요. 어찌되었든 모두의 미소를 위해 나를 던진 그 분들의 작은 섬김도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 둘째는 이제 막 두 돌에 접어들었는데 잘생기진 않았지만 참 생긴게 귀엽습니다. 말도 앙증맞게 해서 온 집안을 웃음바다로 만들곤 합니다. 노산이었지만 참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답니다. 그런데 과묵하고 진중한 첫 아이와는 달리 둘째는 나름 끼가 있습니다. 혼자서 흥얼흥얼 노래부르기를 좋아합니다. 아이가 짜증을 내거나 집중을 시켜야 할 때 노래를 불러주면 금새 기분이 업 된답니다. 또 평소 청소를 자주 하진 않지만 둘째녀석은 걸레와 청소기 빗자루를 좋아합니다. 보이는 곳은 물티슈나 휴지를 다 뽑아 닦고 다닙니다. 아마 주일에 예배실에서 걸레자루를 들고 다니는 호야의 모습이 익숙하신 자매님들 계실거에요. 그래서인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어버린 집안을 정리할 때도 예외없이 저는 아이에게 노래를 불러줍니다. 큰 아이도 덩달아 정리에 동참하지요.
'모두 제자리, 모두 제자리, 모두모두 제자리~'로 시작하는 노래입니다.
이 노래만 불러주면 순간 동작을 멈추고 어지럽혀진 장난감과 책을 제자리로 옮기고 걸레나 청소기를 들고 다닙니다.
신기하지요? 사실 아이 키우는 주부들 만의 고충은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는 집안일이 아닐까 합니다.
정말이지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그 일에 하루 종일 이리뛰고 저리뛰고 하다보면 몸도 맘도 만신창이 되버리기 쉽지요. 차라리 밖에 나가 일을 하면 표시라도 나지요....
여하튼 오늘도 여전히 집안은 온갖 일더미로 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으니 우선 막내까지 어린이집에 다 보내고 난 뒤에 집안을 휙 둘러 보면 한숨부터 흘러 나옵니다.
사실 저는 그렇게 살림을 깔끔하게 하는 편도 아니고 취미도 없습니다. 청소와 설겆이는 더더욱 제가 싫어하는 영역 중에 하나랍니다. 그런데 그렇게도 하기 싫은 집안 일을 막상 시작 해 보면 어느새 어지럽혀진 모든 게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하는 게 묘한 성취감이 생깁니다.
모두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청소의 원리겠지요. 사실 정리를 잘 하는 사람은 평소 물건을 쓰면 꼭 제자리에 놓는 습관이 잘 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전에 혼자 살 땐 가능했는데 여러 식구를 부양하려니 이 습관이 잘 지켜지지가 않습니다. 그래도 어릴적 버릇이 여든가기에 부지런히 가르치고 본을 보여야 겠지요?
신앙생활도 같은 이치가 아닐까요?
교회가 개인이 아니라 지체들의 연합이기에 각자의 자리가 있는것 같습니다.
과연 나의 자리는 어디일까? 한 번 쯤 생각해 볼 만한 주제가 아닐까요?
우리가 누구를 탓하고 판단하기에 앞서 먼저 나 자신의 자리가 과연 어디이고 나는 그 자리를 충실하게 지켜가고 있는지를 점검 해 보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곧 청지기 삶이겠지요?
문득 난장판인 집안을 둘러보다가 멜로디가 툭 튀어나와 '모두 제자리'의 의미를 생각해 본 하루였습니다. 이제 다시 저는 본분으로 돌아가야 겠네요.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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