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할머니를 알게 되었습니다. 14평 원룸에서 혼자 사시는 분이십니다. 처음 그 집을 방문하고 나서 집 안을 꽉 채운 짐에 놀랐습니다. 큰 집에서 살다 오신 흔적이 역력하였습니다. 더블 침대, 장롱, 식탁, 많은 살림들이 베란다 까지 꽉 차서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안다고 해도 찾기가 힘드실 거 같았습니다. “할머니, 웬 짐이 이리 많으세요? 어차피 안 쓸거 같으면 남을 주거나 버리는게 낫지 않을까요?” 라는 질문에 “응, 다 쓸거야.” 하시는 할머니... “저기 찬장 안에는 워낙 그릇이 많아서 문 열면 바로 쓰러지겠어요.” 라는 물음에, “안 열면 되지!” 하는 할머니의 말씀 속에서 진한 고독을 느꼈습니다. 천장까지 쌓아 올린 신발들에서 일할 때 신겠다고 한 켤레만 달라고 하였습니다. 고르고 골라서 “이거 아주 좋은 건데 내가 아끼는 거야” 하시면서 한 켤레를 주셨습니다. 할머니 기분 좋으시라고 당장 그 자리에서 갈아신고 나오는데 30m도 못 가서 밑창이 빠졌습니다. 워낙 오래 두어서 삭았던 것입니다.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다시 올라가서, ‘신어 보니 너무 좋다고...’ 하면서 또 한 켤레를 달라고 했습니다. 흔쾌히 웃으시면서 건넨 또 다른 신발은 신고 나오자마자 밑창이 빠졌습니다... 어느 날 갔더니 과일 주스 담으셨다고 한 병 주시길래, “자녀분들 오시면 주세요.” 했더니 “와야지 주지!” 하는 말씀 속엔 진한 외로움이 배어있었습니다.
얼마 전의 일이었습니다. 하나님을 주인으로 모셨다 하면서도 여전히 자아가 죽지 않음을 보신 하나님께서 저에게 완전히 내려놓음을 요구하셨습니다. 저의 교만을 돌아보게 하시고 철저히 인간세계에서 혼자임을 경험하게 하셨습니다. 무척 외로웠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을 바라보았습니다. 버티고 버티다가... 순종하였습니다. 외로움에 못 견디어 하나님께 달라붙었습니다. 그리곤 펑펑 울었습니다. 그런 다음... 몇 시간 후에 놀라운 평강이 찾아왔습니다. 그냥 시키는 대로 ‘내 자신 죽었습니다.’ 한 거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마음에 꽉 찬 평강이 오면서, 사람들의 시선이 두렵지 않으면서 세상이 다시 제대로 보였습니다. 하나님을 진정 내 안의 주인으로 모시는 그 순간 이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뜨는데 온 몸이 개운해 짐을 느꼈습니다. 하나님은 마음의 평강과 함께 육신의 건강함도 되찾아 주셨습니다.
물건들을 버리면 마음이 허전하고 외로울까봐 버리지 못하는 할머니가 다시 생각납니다. 사람들의 온기를 그리워하시는 할머니... 그 분도 그 외로움을 사람에게서, 물건에게서 해소하려하지 않고 주님을 바라보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또 다시 만나면 주님을 전할 수 있는 용기를 달라고 기도합니다. 그래서 제가 경험한, 주님께서 주신 평강을 그 할머니께서도 경험하시면 좋겠습니다.
가장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평화와 사람들을 향한 선하신 뜻이로다, 하니라 (눅 2:14)
내가 너희에게 평안을 남기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세상이 주는 것과 달리 내가 너희에게 주노니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 (요 14:27)
하나님의 왕국은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이 아니요. 오직 성령님 안에서 의와 화평과 기쁨이니라. (롬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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