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위치변경
공항출국장에서 영화에서나 보아왔던 장면을 그야말로 실감나게 라이브로 보았습니다. 처음에 저는 무슨 영화촬영을 하는 줄로 착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젊은 청춘남녀가 주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세상인 듯 서로가 서로를 포옹하며 입맞춤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확실히 우리의 문화와 의식들이 빠른 속도로 서구화되어 가는 것을 느끼게 하는 한 장면이었습니다. 특히 결혼식장에서는 신랑신부가 양가부모님과 많은 하객들 앞에서 입 맞추는 것을 너무 당연시합니다. 신혼여행지 에서는 더욱 노골적입니다. 주위 사람들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행동하는 것들을 쉽게 볼 수가 있습니다.
예전에 우리들 세대들은 그렇게 행동하고 싶어도 보는 눈이 쑥스럽고 행동하려는 내가 민망스러워 그렇게 하지를 못 했는데, 요즘의 젊은이들은 전혀 남을 의식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이것이 세대와 세대 간의 차이, 즉 문화의 차이 의식의 차이 그래서 행동의 차이로까지 나타나는 것인가 봅니다.
이렇게 우리의 문화와 의식들이 빠른 속도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세대들은 이런 것들을 가능한 한 좋게 이해하려 애를 쓰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신랑신부의 이러한 모습들이 더욱 솔직하여 그냥 아름답게만 보일 뿐입니다. 그네들 역시 너무 행복해 하는 표정들이지 않습니까? 말로 다 하지 못한 감정들을 피부로 속삭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들은 사랑에 빠져있고 달콤함에 녹아있습니다. 혼자가 아니라 둘이서 함께 빠져있고 녹아있는 것입니다. 웅덩이에 빠져있으면 바깥이 보이질 않는 법! 설탕과 프림이 녹아있는 커피 한 잔속에는 이들이 보이질 않고 진한 커피의 향 만 물신 풍길 뿐입니다.
그러니 어쩌겠습니까? 그저 아름답게 이해할 수밖에,,,,,,,,
그러면서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가까이 있어야 할 사람은 저렇게 가까이 한 몸이 되어 있어야 하겠구나!” 이러한 생각을 해보고 있는 것입니다. 거기에 행복이 있고 거기에 기쁨이 있으며 거기에 즐거움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그 어떤 것이든 가까이 있어야 할 것이 가까이 있지 않고 멀리 떨어져 있다면 그때 사람들은 허전함을 느끼고 외로움을 느끼며 불행함을 느끼는가봅니다. 그렇다면 멀리 있어야 할 것이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다면 이것은 얼마나 큰 불행한 일이겠습니까!
오~그렇구나! 바로 그것이로구나!
빠른 화살이 눈앞을 스쳐 지나가듯 어떤 단어 하나가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가까이 할 것과 멀리 할 것의 위치변경! 이 위치변경이란 단어가 뜨거운 여름철 팥빙수를 급히 먹을 때 머릿속을 때리는 것처럼 그렇게 내 머리를 아프게 때리고 지나갑니다.
“위치변경!”
이 한 단어가 내 마음을 아프게도 하고 슬프게도 하며 기쁘게도 하고 행복하게 하기도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중입니다. 멀리 있어야할 것이 가깝게 있는 것에 대한 불행함과 함께,,,,,,,,
지난세월 저는 너무 쉽게, 너무도 무감각하게 이러한 위치변경을 접하며 살아왔습니다. 가까이 있어야 할 것을 가까이 두지 못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을 매우 중요한 것처럼 가장 중요한 위치에 두고 살아왔으니 말입니다.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것을 중요한 위치에 두려고 발버둥치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멀리 두어야할 것을 가깝게 두어 그 위치가 변경된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이것만은 놓칠 수 없다며 꼭~움켜쥐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나에게 그렇게 귀하고 소중한 것이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가까이 있어야 할 것이 가까이 있지 못하는 그 이유는 또 무엇인가!
공항출국장에서 본 라이브의 한 장면이, 젊은 청춘 한 쌍의 사랑 놀음이, 나의 생각을 여기에까지 이끌게 하고 있습니다.
주님! 나로 하여금 못 볼 것을 보게 하신 주님! 그 한 장면으로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에게 가장 필요한 분은 바로 주님이십니다. 주님께서 나와 가장 가까이 계셔야할 한 분이십니다. 그런데, 눈만 뜨면 나의 눈은 세상으로 자꾸 돌려집니다. 그래서 주님께서 계셔야할 그 자리에 다른 무엇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나의 위치변경을 발견합니다.
주님! 용서하소서! 그리고 불쌍히 여기소서! 이제 나를 당신의 앞으로 돌리소서! 예수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절히 바라며 기도드립니다. 아멘!
2015년 6월 3일(수) 유 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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