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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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아(有兒)조회수 : 7201
    • 작성자 : 김상진
    • 작성일 : 2015년 8월 31일 23시 32분 26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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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아이 둘이서 걸어가는데

    동생은 쌍상투하고 누이는 묶은 머리 했네

    동생은 말을 배울 나이고

    누나는 다박머리 드리웠네

    어미를 잃고 우는 저 두 갈래 길에서

    붙잡고서 연유를 물으니

    흐느껴 울며 말을 못하네

    울면서 말하길, 아빠는 오래 전 떠났고

    엄마는 짝 잃은 신세였어요

    쌀독은 벌써 비어서

    사흘이나 굶었어요

    엄마는 저를 안고 흐느껴 울며

    눈물 콧물 두 뺨에 얼룩졌어요

    동생은 울면서 젖을 찾았지만

    젖은 말라서 붙어버렸어요

     

    엄마는 제 손을 잡고

    이 젖먹이를 업고서

    저 산골에 가서는

    구걸하여 먹였어요

    어시장에 이르러서는

    제게 엿도 먹여줬어요

    이 길까지 데리고 와서는

    동생을 사슴 새끼 품듯 안고 잤어요

    동생은 세상모른 채 잠이 들었고

    저 역시 죽은 사람처럼 잠들었어요

    문득 깨고 나서 보았더니

    엄마는 여기 없었어요

    말하다가 울다가

    눈물 콧물 줄줄 흐르네

     

    날 저물어 어두워지면

    새들도 집을 찾는데

    외로운 두 오누이

    찾아갈 집이 없구나!

    슬프다! 이 나라 백성들

    하늘의 떳떳함마저 잃었구나!

    지아비와 지어미가 사랑하지 못하고

    엄마도 제 자식 돌보지 않네

     

    옛날 내가 마패 갖고 암행어사 되었을 때

    당시가 갑인년(甲寅年)이었는데

    임금님 분부하셨지, 고아들을 보살펴서

    고생 없게 하라고..,

    모든 벼슬하는 관리들아!

    이 말씀 감히 어기지 말지어다

     

    지금으로부터 약 220년 전, 조선후기. 절대빈곤으로 인하여 가족이 해체되는 지경을 한탄하며 다산(茶山)이 지은 시(時)입니다. 다행히 오늘날 이 시대에는 절대빈곤이 존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대신 말씀의 빈곤은 날로 더해지고 있다는 사실 때문인지, 또 마치 이 시가 오늘날의 기독교를 풍자하고 있는 듯해서 인지 시(時)를 읽고 또 다시 읽는 내내 마음 한 켠이 에려옵니다. 

    바른 말씀으로 많은 혼들이 회심하며, 하나님을 바르게 섬기기 위해서 같은 소망을 품고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즐거워할 수 있는 혼들이 더해지길 원하는 마음에서, 다산 선생님의 시(時) 한 수와 함께 글을 공유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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