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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사의 위로(어느 구경꾼의 회심)조회수 : 12835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0년 9월 16일 10시 35분 1초
  • 저는 주일 오후 예배 이후 집에 가서 누웠습니다.
    편도선이 심하게 부어 힘들었습니다.
    어제까지 근 나흘을 집에서 누워 있었습니다.
    나이가 드니 열병이 매우 힘들더군요.
     
    이런 저런 생각하며 지내다가 우연히 어느 피아니스트 자매님의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냥 눈물이 핑 돌아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한 편의 설교 이상으로 제게 큰 감동을 주며 위로를 주었습니다.
    글의 힘이 대단하더군요.
     
    조만간 우리 교회에 모셔서 오후에 같이 찬양하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찬송가를 좋아해서 영과 혼으로 건반을 두드리는 그 자매님을 통해
    내 영도 하늘로 높이 올라가는 시간을 가지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느 구경꾼의 회심
     
    난 당신을 먼발치에서 몇 번 보았습니다
    많은 무리가 당신을 따르고 있었고 나도 그 무리 중의 하나였습니다
    자신의 전 재산을 버리고 생업과 가족도 뒤로 한 채 당신을 따르는 이도 있었지만,
    난 그러지는 못했습니다. 아니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런 광신자로 분류되는 것도 싫었고 솔직히 당신이 내가 기다리던 바로 그 '메시아'라는 확신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아니기에는 당신의 말씀과 행실이 너무 놀라웠고
    그렇다 하기에는 당신의 배경과 행색이 너무 초라했습니다.
    당신 주위엔 온갖 병든 자들과 냄새나는 이들이 득실거렸고
    세리와 창기의 친구란 소문마저 나도니
    난 당신의 주위를 맴돌았을 뿐 그 문하로 들어가는 것은 망설였습니다
    한 소년의 물고기 두 마리와 떡(빵) 다섯 개로 무리를 먹이실 때 나도 그 떡(빵)을 좀 떼었으나
    집에 돌아와 생각해 보면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당신과 당신의 제자들을 잡아들인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당신을 먼발치에서만 바라본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었습니다
    메시아도 아닌 것이 메시아 행세를 했으니 죽어 마땅하다 생각했습니다
     
    나는 금요일 그 골고다 언덕에 가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당신을 쫓아다니느라 밀려있는 일도 많았습니다
    당신은 그들의 계획대로 그렇게 무력하게 끌려갔다 하더군요
    온갖 조롱과 채찍 속에 옆구리는 창에 찔려 물과 피를 다 쏟고
    차마 눈뜨고는 못 볼 지경이었다 하더군요
    그들은 가시로 엮은 관을 씌어 유대인의 왕이라 놀려대며 침을 뱉었다 하더군요
    십자가에 벗기운 채 매달려 있는 당신을 보며
    그래도 어떤 이들은 당신이 삼손처럼 마지막 힘이라도 좀 써 주길 바랬다 했습니다
     
    그런데 왠 말입니까
    온 세상이 당신을 포기한 바로 그때에 성막 휘장이 찢기워지고 하늘이 어두워지고...
    왠 말입니까
    장사한 지 사흘 만에 죽은 당신이 살아나다니요
    당신이 구름타고 올라갔다는 이야기는 무엇이여
    다시 오리라는 말을 남겼다는 것은 또 무슨 소리입니까
    그럼 당신이 바로 '메시아' 였다는 말입니까
     
    난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오순절 날 마가의 다락방엘 갔었습니다
    난 그곳에서 놀라운 일을 보았습니다
    불의 혀같이 갈라지는 것이 각 사람에게 임하였고 그것은 나에게도 임하였습니다.
    내 몸은 떨리었고 나의 마음은 신비로 가득 찼습니다
     
    나는 변화되었습니다
    나는 더 이상 육에 속한 옛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당신을 만질 수 없었지만 꼭 만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난 당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에 대한 당신의 극진한 사랑에 감격의 눈물이 흘러 내렸고
    나의 방관과 배신으로 찢기운 당신을 생각하며 울고 또 울었습니다
     
    난 마가의 다락방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수님의 영, 보혜사 성령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는 오늘도 죽음을 각오하고 촛불을 밝히며 카타콤으로 향합니다
    내가 사자의 밥이 되고 사지가 찢기워지는 고통을 당한다 할지라도
    내 안에 예수 그리스도 계시니 무엇이 두렵겠습니까
    당신께서 내게 힘주시고 하늘의 소망을 갖게 합니다
     
    나, 베드로 아니고 바울 아니나
    이 작고 무명한 자 당신이 안다 하시매
    나는 마냥 행복합니다.
     
    (1998. 달라스에서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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