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기독교 서적이 91쇄 인쇄되었다고 하면 이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입니다. 이것은 곧 20만 권 이상 인쇄되었다는 것인데 이 정도면 일반 서적도 큰 베스트셀러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주에는 우연히 고든 맥도날드가 지은 <내면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IVP 출간)이라는 책을 접하고 읽고 있습니다.
읽다 보니 91쇄가 인쇄된 이유를 금세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내부에 존재하고 있는 성취 욕구와 성령님이 원하시는 내면세계의 질서, 이 두 개가 공존할 수 없음을 저자는 자신의 삶을 통해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젊을 때는 이것을 잘 모르지만 나이가 들면서 영의 눈이 좀 더 열리면 이런 것을 구분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누구나 다 그런 것은 아니고 그렇게 되는 사람들이 더러 있습니다).
이번에 예배당 확장 공사를 하면서 이 모든 일이 결국 저의 내부에 있는 성취 욕구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동기를 자꾸 되새겨 보게 되었습니다. 교회가 시작된 후 지난 4년 동안은 매해 이사와 확장 공사 등이 있었습니다. 물론 우리가 야욕을 가지고 교회를 확장하려 애를 쓴 것은 아닙니다. 성도들이 새로 오면서 자리가 모자라고 교육 공간이 모자라기에 어쩔 수 없이 이런 공사를 해 왔습니다.
그런데 저 개인에게는 사실 이런 일이 그리 즐겁지 못합니다. 저 자신만 생각하면 과거에 송내에 있던 예배당에서 200여 명이 모여 오순도순 지내며 말씀을 나누고 교제하던 시절이 훨씬 더 낫습니다. 지금처럼 사람이 늘고 할 일이 늘며 기존 성도들과 교제를 제대로 나누지 못하면서 교회 확장, 미디어 선교 등의 일을 위해 사람들을 설득하고 헌금을 부탁하는 일은 어느 면에서 심히 괴로운 일입니다.
특히 빌딩을 확장하기 위해 헌금을 하자고 이야기하는 것은 큰 고역입니다. 우리 성도들도 피곤할 것입니다. 또 이런 일로 오해하는 이들도 있고 비방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 책을 중간쯤 읽으면서 혹시 저의 내면세계의 질서가 외적 부흥/성장으로 인해 깨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하게 되었습니다. 3장에서 언급되는 ‘쫓겨 다니는 사람’이 바로 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정신을 차려 봅니다.
성장하기 원하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입니다. 저자는 자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참 글을 쉽게 잘 썼습니다.
앞으로 빌딩 문제 등을 제가 해결하러 다니는 일은 없으면 좋겠습니다. 바라기는 더는 이런 일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은 저 개인의 바라는 바입니다.
외적 부흥보다는 조용히 영적 질서를 유지하며 사는 것이 참다운 인생임을 성경이 가르치고 있고 또 제 아내와 가족들이 그것을 간절히 원하기 때문입니다.
한 교회의 영적 기상도는 목사의 영적 수준과 비례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혈기가 많아 늘 주변의 여러 사람을 어렵게 하는 저 같은 목사는 걱정이 대단히 많습니다.
좋은 목사/성경 교사이기 전에 좋은 남편과 아버지가 되어야 함을 뼈저리게 느낀 좋은 아침입니다.
샬롬
패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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