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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을 기쁘게 하는 사람조회수 : 8812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4년 7월 24일 10시 21분 25초
  •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에 읽은 글이 마음에 닿아서 소개하려고 합니다.
    사람을 기쁘게 하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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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에서 겪은 소설 같은 하루

    치과에 볼일이 있어서 집을 나섰다. 
    손자 녀석의 방학을 맞이해 오스트리아 빈에서 일시 귀국한 사위가 준 가외의 용돈으로 지갑이 빵빵하니 기분이 산뜻하다.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아서 로또를 사려다가 뒤로 미루고 그냥 지하철에 올랐다.
    출근 시간을 비켜 나섰더니 지하철 9호선은 입석이지만 한산했다.
    가양역에서 급행으로 갈아타려고 내려서 다시 줄을 섰다.
    줄을 서자 마자 급행열차가 때맞춰 와주니 오늘 일진이 좋은 것 같다.
    지하철 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길래 전부 내리면 타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옆 줄에서는 서로 먼저 타려고 승객이 내리는 와중에 떠밀고 들어간다.
    내리던 승객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가는 데 고지식하게 앞에 선 노땅이 눈치 
    없이 들어갈 시도를 안 하는 것이 조바심이 났던지 뒤에 선 젊은이가 투덜거리며 밀치고 들어가는 옆줄로 갈아타기 한다.
    한 사람이 돌진하니 따라서 열을 옮겨버려서 내 줄에는 나 혼자 우두커니 남아 있었다.
    멋쩍고 순간적으로 왕따는 아니어도 살짝 버림받은 기분이 든다.
    내가 외계인인 것도 같고..................."
    타는 사람과 내리는 사람이 뒤엉켜서 일순간 북새통을 일으키고 나서 나는 꼴찌로 올랐다.
    새치기 승객들이 늦게 타는 나에게 일제히 야릇한 시선을 보내는 것 같았다.
    주변머리가 없다고 눈총을 주는 것 같았다.
    주는 눈총을 다 받으면서 역시 한산한 입석 지하철에 서서 가는 데 내 앞에 앉은 승객이 당산역에서 내리는 것이었다.
    나보다 연장자가 없는지 살피는 데 내 옆에 서서 가던 20대의 아가씨가 그 자리를 뺏길까 봐서 재빨리 점유하는 것이었다.
    거친 세파를 헤쳐나가려면 동작이라도 민첩해야겠지.
    그 아가씨가 밉기보다는 대견해 보였다.
    언젠가 읽은, 노인에게, ' 나도 돈 내고 탔거든요. ' 당당히 항의하던 젊은이가 떠올랐다.
    고속 터미널에서 3호선으로 갈아타고 교대 앞에서 2호선을 다시 갈아타고 역삼역에서 내렸다.

    치과의 행정 직원, 간호사인지 치과 인턴인지 모두가 친절했다.
    미녀 아가씨들의 직업상 친절이지만 고객을 기쁘게 하니 고맙기만 하다.
    갔던 구간을 다시 역순으로 집으로 향한다.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 한자로 적힌 역 이름을 손가락으로 적어본다.
    선릉역의 릉(陵) 자를 적으려는 데 안 보고서는 도저히 적지를 못하겠다.
    한자를 자주 써 보지 않으니 읽는 것은 몰라도 쓰는 것은 쉽지가 않다.
    그간 여기를 오갈 때마다 20번 정도는 써본 글자인데도 또 까먹었다.
    교대역에서 3호선을 기다릴 때인가, 고속 터미널 9호선 역인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안전 차단 유리창에 이런 시구가 적혀 있었다. 
     
    ' 지하철 승강기가 고장이 났다.
      한 사람이 장애인을 업었다. 
      두 다리가 제멋대로 휘청댄다.
      두 사람이 휠체어를 들고 따라간다.
      네 사람을 그 어머니가 따라간다
      햇살이 지하도 깊숙이 드리운다. '
     
     정확히는 기억 못 하지만 대충 이런 시였다.
     
    뭔가 가슴이 뭉클해진다.
    드디어 고속 터미널에서 급행열차를 타게 됐다.
    기차는 만석이지만 비교적 복잡하지는 않았다.
    나는 이번에도 서서 갔다.
    그런데 내가 돌아선 반대편에서 20대의 아가씨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또 다른 20대의 아가씨인지 아주머니인지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같은 20대 끼리 왜 그러지 하고 의아해하는 데 서 있던 젊은 여성은 곧 내릴 것이라면서 앉기를 사양한다.
    그러고도 두 정거장을 더 가서 문제의 여인은 내렸다. 내리려고 등을 돌리는 데 보니 뱃속에 아기를 가진 여성이었다.
    자리를 양보하는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자리를 양보한 여성은 미인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아름답게 보일 수가 없었다.
    요즘 보기 드문 천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누가 나를 툭 친다. 쳐다봤더니 30대 초반의 젊은 남성이 스마트 폰을 보다가 연장자가 서 있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일어서서 나에게 앉기를 권하는 것이 아닌가 !
    정말 근래에는 드문 경험이었다.
    정장을 차려입은 젊은이는 직장인인 것 같다.
    ' 고맙지만 괜찮다'고 사양을 했다.
    그 젊은이가 겸연쩍어하면서 다시 자리에 도루 앉았다.
    요사이 보기 드문 젊은이라고 한마디 칭찬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해도 황당한 일을 저지르고야 말았다.
    너무나 고마운 마음에 내가 지갑을 꺼내 든 것이었다.
    그 젊은이는 책을 읽느라고 나를 쳐다보지 않는 데 내가 조용하게 5만원을 내밀었다.
    ' 너무 고맙고 요즘 젊은이 같은 사람을 보지 못해서 조그만 성의이니 차라도 한잔 하세요. '
    느닷없는 나의 행동에 젊은이는 당황한 것 같았다.
    벌떡 일어서더니, ' 이러실 필요가 없습니다. ' 하고 극구 사양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를 향했다. 나는 5만원이 너무 약소해서 사양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 우리 딸애가 준 가욋돈이니 부담 없이 나눠 씁시다. ' 말하며 5만원 한 장을 더 얹어서 10만원을 내밀었다.
    그 젊은이는, ' 감사합니다. 마음만 받겠습니다. ' 하면서 극구 사양하는 것이었다.
     나 참 내 자신이 생각해도 주책없고 황당하며 이해가 가지 않는 돌출행동을 했음을 알아차렸지만 때는 늦었다. 
    그 때였다.
    ' 아이고, 그 돈 안 받을 것이면 나에게 주면 안 되겠소? '
    손을 내미는 사람은 70세는 족히 넘어 보이는 할머니였다.
    ' 어머니, 왜 그러세요. 가만히 계셔요. '
    그 노인은 40대 후반의 아들과 어딘가 볼일을 보러 지하철을 탔던 것 같았다.
    ' 내 말 좀 들어 보세요. 난 아들이 넷, 딸이 세 명이나 있는데 나에게 용돈이라고 주는 자식이 한 명도 없어서 그래요. '
    그 말을 듣고 나는 그 할머니 쪽으로 다가갔다. 돈을 드리려는 데 그 아들이란 사람이 화난 표정으로 막아서는 것이었다.
    당산역에서 나에게 자리를 양보했던 젊은이가 내리면서 나에게 인사를 했다.
    ' 선생님, 안녕히 가십시오. '
    나도 답례를 했다.
    ' 젊은이 앞날에 조만간 행운이 있을 것이요. 잘 가시오 !' 
     
    서산에 해가 지려고 한다. 여한 없이 살아온 인생이다.
    좀 전에 읽었던 시구가 아직도 내 귓전을 때리며 여운을 남기고 있다. 
    나 자신이 좀 엉뚱하고 그간 좌충우돌하면서 살아왔지만 오늘도 좋은 하루를 보냈던 것만은 분명하다. 
     
    인생은 역시 아름답다고 할 만하다. 
    어쩌면 이것도 나 혼자만의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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