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성서공회의 <새한글 성경>, 이게 과연 제대로 된 성경인가?
2024년 12월 9일 국민일보 기사를 보자.
2024년 12월 6일, 대한성서공회는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에서 새한글성경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어 어법에 어긋나지 않는 한 새롭고 참신한 용어와 방식을 사용하되, 성경으로서 최대한 원문에 충실한 번역이 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어 “원문의 어순과 어원까지 고려하여 직역하되 원문의 문학 갈래와 맥락에 맞추어 생동감 있는 우리말로 번역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새한글성경은 다음세대를 위한 공인역 성경으로 12년간 각 교단 성서학자 36명과 국어학자 3명이 여러 단계를 거쳐 번역을 완료했다. 2021년 11월 ‘새한글성경 신약과 시편’을 먼저 발행해 독자들의 의견을 받았고 10일 구약을 합쳐 완역본으로 출간한다.
새한글성경은 다음세대와의 소통을 위해 설계됐다. 스마트폰에서 읽기에 적합하도록 긴 문장을 짧게 나눴다. 기존의 긴 문장을 간결하게 하면서 독자가 성경 본문의 메시지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예수님의 말투도 상황에 맞게 바뀐다. 병자나 고통받는 이들에게는 친근한 반말(해요체)을, 군중과 제자들에게는 존칭(하십시오체)을 쓰는 것으로 번역했다. 예를 들어 혈루증을 앓던 여인에게 예수님이 하신 말씀의 경우 “힘내세요 따님! 그대의 믿음이 그대를 구원했어요”(마 9:22)로 번역했다.
반면 예수님의 산상수훈은 이렇게 번역했다. “복 있습니다, 영이 가난한 사람들은!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니까요.”(마 5:3) 이 같은 변화는 예수님의 메시지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대화 상대에 따라 세심하게 조정됐다는 점을 보여준다.
장애와 질병 관련 용어도 세심하게 수정했다. 나병(癩病)으로 번역됐던 표현은 ‘심한 피부병’으로, 다리 저는 사람은 ‘지체장애인’으로 바꿨다. 전문 용어와 지명, 인명도 대폭 손질했다. 유월절은 ‘넘는 명절’, 무교절은 ‘누룩없는 명절’, 번제는 ‘다 태우는 제사’, 지성소는 ‘거룩 거룩한 곳’으로 번역했다.
또 애굽은 ‘이집트’, 바로는 ‘파라오’, 블레셋은 ‘필리스티아’, 구스는 ‘에티오피아’, 다메섹은 ‘다마스쿠스’, 고레스는 ‘키루스’ 등으로 번역했다. 도량형(무게 길이 부피 등)도 현대 한국어 사용자가 익숙한 표현으로 바꿨다. 삼백규빗을 ‘150미터’로, 오리쯤을 ‘3킬로미터’, 기름 백말을 ‘올리브기름 2200리터’ 등으로 번역했다.
독자들에게 존중과 공감을 전하려는 번역 철학도 담았다. 국립국어원장을 지낸 민현식 서울대 명예교수(새한글성경 국어자문위원)는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님의 이름으로”라는 마태복음 28장 19절을 언급하면서 “성령을 물건처럼 취급하지 않도록 존경의 뜻을 담아 번역했다”고 설명했다.
박동현 장로회신학대 은퇴교수(새한글성경 구약 책임번역자)는 “새한글성경은 멀티미디어 시대 21세기 한국어 사용자를 위해 번역한 성경”이라며 “한국어 사용자에는 재외동포와 북한동포, 외국인으로서 한국어를 구사하고 읽는 사람, 그리고 21세기 청소년이 그 중심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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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서고 쓰러짐이, 영원한 운명이 하나님의 귀중한 말씀인 성경에 달려 있다.
나는 이번에 대한성서공회가 많은 비용을 들이고 자칭 타칭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다음 세대를 위해 <새한글 성경>이라는 공인역을 출간했다는 기사를 보고 의도가 좋다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몇몇 구절을 보고는 가슴이 답답하였다.
“이게 무슨 성경인가? 이것을 펴내기 위해 많은 비용을 들이고 12년간 노력했다고 자화자찬하는 저 사람들은 그리스도인일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성경에는 하나님이신 예수님께서 권위 있게 하시는 말씀들이 있어야 한다.
1. 요한복음 8장 10절
요한복음 8장에는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붙잡힌 여인을 예수님이 용서하시는 대목이 있다. 그중 10절을 보자.
KJV: 예수님께서 일어나사 그 여자 외에는 아무도 없는 것을 보시고 그녀에게 이르시되, 여자여, 너를 고소하는 그자들이 어디 있느냐? 아무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였느냐? 하시니
새한글: 예수님이 몸을 펴시고는 그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자매님, 그들이 어디에 있나요? 자매님을 죄 있다고 판가름한 사람이 아무도 없나요?”
아무리 상황에 맞게 약자들을 위해 번역한다고 해도 과연 예수님이 그 여인에게 “자매님, 그들이 어디에 있나요? 자매님을 죄 있다고 판가름한 사람이 아무도 없나요?” 라고 하셨을까?
이것은 말이 되지 않는 번역이다.
그들은 원어를 존중해서 번역했다고 주장하는데 ‘자매’라는 말이 어떤 사본에 있는가? 모든 사본이 ‘여인’으로 되어 있지 않은가?
이것은 다음 세대를 위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망치는 것이다. 우리말의 존칭 등 기본 용례도 지키지 못하는 것이 어떻게 성경이라는 표준이 될 수 있을까?
2. 요한일서 2장 18절
요한복음, 요한 1, 2, 3서와 계시록은 사도 요한이 90세 정도 되었을 무렵에 신약 시대 성도들을 위해 기록한 것들이다.
KJV: 어린 자녀들아, 지금은 마지막 때니라.
새한글: 어린이 여러분, 지금은 마지막 때입니다!
여기에는 앞에 little children이라는 말이 나온다.
새한글은 이것을 ‘어린이 여러분’이라고 심각하게 오역하였다.
우리말 사전에서 어린이는 다음과 같이 정의되어 있다.
어린이: ‘어린아이’를 대접하거나 격식을 갖추어 이르는 말. 대개 4, 5세부터 초등학생까지의 아이를 이른다.
나이가 많이 든 사도 요한은 요한일서의 수신자인 성도들(대개는 20-60세 정도의 어른들)을 다정하게 ‘어린 자녀들아’라고 부르고 있다. 이것은 그들이 영적으로 성숙해야 할 자들임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런데 이것을 ‘어린이 여러분’이라고 하면 대상이 초등학교 아이들이 되고 만다. 이것은 성경 번역이 아니라 성경을 왜곡하는 것이다. 나이든 성도, 오랜 신앙의 연륜을 가진 성도가 신앙이 깊지 않은 성도들에게 권위를 가지고 권면하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3. 마태복음 2장 1절
새한글: 그런데, 보라, 이때 점성가들이 동쪽 지방으로부터 예루살렘에 다다랐다.
대체 원어 어디에 점성가라는 말이 있는가? 이것은 자의적 해석 혹은 주석을 적어놓은 것이다.
원어는 ‘지혜로운 사람들’(wise men)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4. 시편 9장 17절
새한글: (혼잣말) 악인들은 스올(죽은 사람들의 나라)로 돌아갈 거야
악인들만 죽은 사람들의 나라인 스올로 돌아가는가? 이 땅에 태어나는 모든 사람은 다 육체적으로 죽지 않는가? 그래서 다 죽음의 나라로 가지 않는가?
KJV: 사악한 자들은 돌아서 지옥으로 들어갈 것이요 하나님을 잊고 있는 모든 민족들도 그리하리니
이 구절의 문맥은 하나님을 따르지 않는 악인들이 결국 지옥에 떨어질 것을 말하고 있다.
5. 요한계시록 20장 14절
새한글: 그러고 나서 죽음과 하데스도 불 못에 던져졌습니다.
KJV: 사망과 지옥이 불 호수에 던져졌더라. 이것이 둘째 사망이니라.
새한글은 다음 세대를 위한다고 하면서 스을과 하데스를 원어 그대로 음역하였다.
성경 번역은 독자가 성경을 읽고 그 뜻을 알 수 있도록 원어의 단어를 성경적인 수용 언어로 바꾸어서 옮기는 작업이다. 독자는 읽고 난 뒤 “스올과 하데스가 뭐지” 하고 찾아보면 ‘죽은 자들이 가는 곳’이라는 뜻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죽은 자들이 가는 곳은 몸의 경우 무덤이고 혼의 경우 지옥이다. 그러므로 번역자들은 스올과 하데스라고 모호하게 원어를 그대로 두면 안 되고 번역 대신 국가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번역해야 한다. 그래서 영어 킹제임스 성경은 그리스어 하데스의 경우 무덤(grave)와 지옥(hell)으로 바르게 번역하였다.
악인들에게 “너 죄 짓고 회개하지 않고 죽으면 스올에 가”, “너 죄 짓고 회개하지 않고 죽으면 하데스에 가” 라고 하면 알아들을 사람이 있겠는가? “너 죄 짓고 회개하지 않고 죽으면 지옥에 가”라고 해야 회개하지 않고 죽은 자들이 지옥에 간다는 말이 된다.
목사가 강단에 서서 “회개하지 않은 죄인들은 스올에 갑니다. 혹은 하데스에 갑니다” 하면 이해할 사람이 있을까? “회개하지 않은 죄인들은 지옥에 갑니다.” 라고 해야 모두가 즉각 이해할 것이다.
원어도 그런 의미로 주어졌기에 그 단어는 그래서 지옥의 경우에는 지옥으로, 무덤의 경우에는 무덤으로 번역해야만 한다.
대한성서공회는 개정개역성경 등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어서 여러 출판사들이 그 성경을 출판할 때 권당 몇 %의 저작권료를 받는다. 그런데 대한성서공회는 그 많은 돈을 가지고 개역개정 등을 내면서 문법에 맞지도 않는 부분을 그대로 둔 데가 너무나도 많다.
이번에 대한성서공회가 <새한글>이라는 것을 12년 동안 준비해서 다음 세대의 공인역으로 낸 것이 오히려 하나님의 말씀을 망치는 쪽으로 나가는 것 같아 심히 우려가 된다.
우리말에는 화자와 청자(윗사람, 아랫사람)를 구분해서 말하는 존칭 용례가 있다.
우리말에서는 영어의 you가 당신, 너, 그대, 선생님, 주님 등 문맥에 따라 달리 번역되어야 한다. 12년간 전문가들을 동원하여 원어를 살려가면서 만들었다는 <새한글>이라는 것은 우리말의 초보적인 존칭 용례도 무시하고 있다.
사람의 서고 쓰러짐이, 영원한 운명이 하나님의 귀중한 말씀인 성경에 달려 있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아이들 그리고 손자 손녀들의 영원한 삶을 위해 바른 성경을 택하기 바란다.
주의 말씀들은 순수한 말씀들이니 흙 도가니에서 정제하여 일곱 번 순수하게 만든 은 같도다. 오 주여, 주께서 그것들을 지키시며 주께서 그것들을 이 세대로부터 영원히 보존하시리이다(시12:6-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