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는 제사장인가? 신약 교회에 성직자 계급은 없다
지난 주일에 성도들에게 한 가지 이야기를 했다.
그 전날인 토요일 점심시간에 아내와 함께 교회에 왔다. 강서 지역 성도들의 모임이 있어서 함께 식사도 하고 교제도 나누기 위해서였다. 여러 성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한 분이 내가 앉는 의자에 대해 말씀하셨다.
“목사님이 앉으시는 의자가 너무 초라한 것 같습니다. 식당에서 의자 하나를 가져다 놓은 것 같은데, 제가 소파라도 하나 마련해 드려야겠습니다.”
그래서 나는 절대로 그러시면 안 된다고 말씀드렸다. 목사가 앉는 자리에 특별한 의자나 소파를 가져다 놓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른 성도 한 분이 보통 교회에서는 목사가 앉는 의자와 일반 성도가 앉는 의자가 다르다고 말씀하셨다. 무슨 뜻인지 물었더니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
우리 교회에서는 찬양을 인도하는 형제님이 앞으로 나와 찬양을 인도한 뒤 내가 앉는 자리에 앉기도 하고, 내가 다시 나와 말씀을 전할 때는 서로 자리를 바꾸어 앉기도 한다. 그런데 다른 교회에서는 그런 일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일반 성도가 목사가 앉는 자리에 앉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더 놀라운 이야기도 들었다. 어떤 교회에서는 목사가 일반 성도들과 같은 방에서 식사하지도 않고, 같은 식탁에 앉아 밥을 먹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목사는 성도들과 구별되는 특별한 신분의 사람이라는 생각이 그 밑에 깔려 있는 것이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참으로 안타까웠다. 도대체 신약 성경 어디에 목사가 앉는 의자는 성도들의 의자와 달라야 한다고 기록되어 있는가? 목사가 앉았던 자리에 다른 성도가 앉으면 안 된다는 말씀이 어디에 있는가? 목사는 성도들과 같은 식탁에서 식사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이 어디에 있는가?
이것은 단순히 의자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 많은 교회가 신약 교회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하나의 사례이다.
1. 예배당을 성전이라고 부르면 목사는 제사장이 된다
오늘날 많은 개신교회에서는 예배당을 성전이라고 부른다. 새 예배당을 지으면 성전을 건축했다고 하고, 예배당에 들어가는 것을 성전에 들어간다고 말한다.
그런데 예배당을 성전이라고 부르기 시작하면 그 안에서 말씀을 전하고 예배를 인도하는 목사는 자연스럽게 제사장의 자리에 놓인다. 강단은 제단이 되고, 목사가 앉는 자리는 특별한 자리가 되며, 성도들은 그 아래에 있는 백성이 된다. 이것은 구약의 제사장 제도를 신약 교회 안으로 다시 끌어들이는 것이다.
구약 시대에는 하나님께서 아론의 자손들을 제사장으로 세우셨다. 제사장들은 성전에서 희생물을 드리고 백성을 대신하여 하나님 앞에 나아갔다. 제사장과 일반 백성 사이에는 하나님께서 정하신 분명한 구분이 있었고, 일반 백성은 지성소는커녕 성소에도 들어갈 수 없었다.
그러나 신약 성경은 구원받은 성도들 자신이 하나님의 성전이라고 말한다. 바울은 고린도 성도들에게 그들이 하나님의 성전이고 하나님의 영께서 그들 안에 거하신다고 말하며(고전 3:16), 그들의 몸이 성령님의 전이라고 말한다(고전 6:19).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구원받은 성도들의 모임이고, 예배당은 그 성도들이 모이기 위해 쓰는 장소일 뿐이다. 예배당이 성전이 아니므로 강단은 제단이 아니고, 목사는 제사장이 아니다.
2. 예수님께서는 제사장과 백성의 구분을 없애려고 오셨고, 실제로 없애셨다
이 점이 가장 중요하다. 제사장과 일반 백성 사이의 구분은 구약 시대에 하나님께서 세우신 것이다. 그런데 그 구분을 없애려고 오신 분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시는 순간 성경은 이렇게 기록한다.
“보라, 성전의 휘장이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둘로 찢어지고 땅이 진동하며 바위들이 터지고”(마 27:51).
휘장은 지성소를 가리던 막이며, 일 년에 한 번 대제사장만 그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 휘장이 사람 손이 아니라 위에서부터 찢어졌다. 하나님께서 친히 찢으신 것이다. 히브리서 기자는 이 일의 뜻을 이렇게 설명한다.
“그러므로 형제들아, 우리가 예수님의 피에 의거하여 새롭고 살아 있는 길로 지성소에 들어갈 담대함을 얻었는데 이 길은 그분께서 우리를 위하여 휘장 곧 자기 육체를 통해 거룩히 구분하신 것이니라”(히 10:19-20).
이제 지성소에 들어가는 것은 대제사장 한 사람의 특권이 아니다. 예수님의 피를 힘입은 모든 형제들이 담대히 들어간다. 그래서 히브리서 기자는 우리가 긍휼을 얻기 위해 은혜의 왕좌로 담대히 나아갈 것이라고 말한다(히 4:16). 그 사이에 목사가 서 있을 자리는 없다. 하나님과 사람들 사이에는 한 중재자 곧 사람이신 그리스도 예수님만 계시기 때문이다(딤전 2:5).
구약의 제사장 체계 자체가 끝났다. 히브리서 기자는 제사장 체계가 변하였으므로 율법도 변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한다(히 7:12). 구약의 제사장들은 날마다 서서 같은 희생물을 드렸지만 그것으로는 죄를 제거할 수 없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죄들로 인해 한 희생물을 영원히 드리신 뒤에 하나님 오른쪽에 앉으셨다(히 10:11-12). 희생물을 드릴 일이 끝났으므로 희생물을 드리는 제사장 계급도 끝났다. 신약 교회에는 사람들을 대신하여 하나님께 나아가는 별도의 계급이 없다.
예수님께서는 이 일을 미리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러나 너희는 랍비라 불리지 말라. 너희 선생은 한 분 곧 그리스도이며 너희는 다 형제니라. 땅에 있는 어떤 자도 너희 아버지라 부르지 말라. 너희 아버지는 한 분 곧 하늘에 계신 분이시니라. 또 너희는 지도자라 불리지도 말라. 너희 지도자는 한 분 곧 그리스도이니라. 오히려 너희 가운데서 가장 큰 자는 너희 종이 되어야 할지니라”(마 23:8-11).
너희는 다 형제이다. 이것이 주님께서 세우신 교회의 질서이다. 종교 지도자들이 높은 자리와 존칭을 좋아하던 바로 그 자리에서 주님께서는 자기 제자들 가운데서는 그런 계급이 없을 것이라고 선언하셨다.
3. 신약 시대에는 모든 성도가 제사장이다
구약의 제사장 계급이 없어진 대신 신약 성경은 구원받은 모든 성도를 제사장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너희는 선정된 세대요 왕가의 제사장이요 거룩한 민족이요 특별 소유 백성이니 이것은 너희를 어둠에서 불러내어 자신의 놀라운 빛으로 들어가게 하신 분에 대한 찬양을 너희가 전하게 하려 함이라”(벧전 2:9).
베드로가 이 편지를 보낸 사람들은 목사들이 아니라 흩어져 사는 성도들이었다. 그들이 왕가의 제사장이다. 요한도 주님께서 우리를 왕과 제사장으로 삼으셨다고 말한다(계 1:6). 목사만 제사장이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구원받은 모든 성도가 하나님 앞에서 제사장이다. 그러므로 신약 교회에는 제사장과 평신도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모두가 제사장이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것은 하나님의 아들께서 우리를 형제라고 부르신다는 사실이다. 히브리서 기자는 거룩히 구별하시는 분과 거룩히 구별된 자들이 다 하나에서 났으므로 그분께서 그들을 형제들이라 부르기를 부끄러워하지 아니하신다고 말한다(히 2:11). 하나님의 아들께서도 우리를 형제라 부르기를 부끄러워하지 않으시는데, 목사가 무엇이기에 성도들과 같은 자리에 앉는 것을 꺼리고 같은 식탁에서 밥 먹는 것을 자기 권위에 맞지 않는 일로 여기는가?
물론 신약 교회에는 목사(혹은 감독, 장로)와 집사의 직무가 있다. 목사는 말씀을 가르치고 성도들을 돌보며 교회를 인도하는 책임을 맡은 사람이고, 성도들은 그 직무를 존중하고 교회의 질서를 지켜야 한다. 그러나 직무의 차이는 신분의 차이가 아니다. 바울은 자신과 아볼로가 누구냐고 묻고는, 주께서 각 사람에게 일을 주신 대로 성도들을 믿게 하는 일에 쓰인 사역자들일 뿐이라고 대답한다(고전 3:5). 사도도 사역자였다. 사도들도 자신들을 특별한 계급으로 높이지 않았는데, 오늘날 목사들이 특별한 의자와 특별한 식탁을 요구한다면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하는가?
4. 성직자와 평신도의 구분은 로마 카톨릭교회의 것이다
사제와 평신도를 제도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로마 카톨릭교회의 구조이다. 사제는 성품성사를 통해 일반 신자와 구별된 성직자가 되고, 일반 신자에게 없는 직무와 권한을 갖는다. 성경이 이미 없앤 제사장 계급을 다시 세운 것이다.
개신교회는 성경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교회의 모습도 성경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예배당을 성전이라 부르고, 강단을 제단이라 부르고, 목사를 제사장처럼 높이고, 성도들에게는 목사의 자리에 앉을 수 없다고 가르친다면, 그것은 이름만 개신교회일 뿐 로마 카톨릭교회의 계급 구조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5. 신약 교회의 지도자는 군림하는 사람이 아니라 섬기는 사람이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 가운데서 누가 크냐는 다툼이 일어났을 때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방인들을 다스리는 것으로 여겨지는 자들이 그들에게 주인의 권리를 행사하고 그들의 큰 자들이 그들에게 권위를 행사하는 것을 너희가 알지만 너희끼리는 그리하지 말지니 오히려 누구든지 너희 가운데서 크게 되려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너희 중에 누구든지 가장 으뜸이 되려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할지니라.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오지 아니하고 도리어 섬기며 자기 생명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고 왔느니라”(막 10:42-45).
베드로도 교회의 장로들에게 하나님의 상속 백성 위에 주인처럼 군림하지 말고 오히려 양 떼에게 본이 되라고 명령한다(벧전 5:3).
그러므로 목사의 권위는 특별한 의자에서 나오지 않는다. 성도들과 구별된 식탁에서 나오지도 않는다. 목사의 권위는 하나님의 말씀을 바르게 전하고, 그 말씀대로 살며, 성도들을 사랑으로 돌보는 데서 드러난다.
목사가 앉는 의자가 식당에서 가져온 평범한 의자면 어떤가? 다른 형제가 그 자리에 앉으면 어떤가? 함께 식사하고 교제하면 어떤가? 그것이 신약 교회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예수님께서는 제사장과 백성 사이의 벽을 허물려고 오셨고, 십자가에서 그 벽을 허무셨다. 그런데 교회가 그 벽을 다시 세워서는 안 된다. 목사는 성도들 위에 군림하는 제사장이 아니라 성도들과 함께 주님을 섬기는 형제이다. 신약 교회의 머리는 목사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오늘날 교회들이 회복해야 할 것은 목사를 높이는 의자나 성직자 계급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모시고 모든 성도가 형제자매로서 서로 섬기는 신약 교회의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