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 오늘 상추 사러 몇 시에 갈까요?"
토요일 오전... 움직이고 싶지 않았던 몸이 이 문자를 보자마자 저절로 부리나케 움직이기 시작했다. 얼마전 구청에서 텃밭을 분양받았다던 A원장님과의 약속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텃밭 분양 공고가 나왔을 때 나는 농사를 지어본 적이 없어서 분양 신청을 하지 않았는데 A원장님이 분양에 당첨이 되었다며 텃밭을 반 나눠서 짓자고 했다. 그래서 나는 "한 번 해볼까?" 하는 호기심에 승락을 하였다. 그리고 일주일 전에 밭을 일구고 퇴비를 뿌렸었다.
나는 운전을 하고 가면서 생각했다.
'아마도 이 약속이 아니었으면 무거운 마음으로 방콕하고 있었을텐데 바깥에 나오니 한결 낫네... 날씨도 좋고 봄바람도 좋고...'
나는 A원장님을 만나자 지난 일주일 동안 어린이집에서 일어났던 나를 어렵게 만들었던 얘기를 했다. 한 명의 엄마가 커피숖에서 만나자고 전화가 와서 막상 그 자리에 가보니 학부모들이 모여 있었고, 같은 반 네 명의 학부모가 그 반에 아동학대가 있는 것 같다며 CCTV 열람을 신청한..... 네 명의 학부모들은 일주일 동안 모여서 고민하다가 나한테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열람 신청서에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모두 적으라 했고, 모두 보여 주었다. 그리고 이상이 없었다.
다음에 그런 일이 있으면 바로 얘기하시면 된다고. 말해주었으나 나는 이런 일이 처음이고 부모들의 불신을 알고나니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A원장님은 자신은 부모가 한 명씩 오긴 하지만 그런 일이 자잘하게 생기는데 나더러 한 방을 크게 맞았다며 깔깔깔 웃어댔다. A원장님보다는 내 그릇이 더 큰가보다고 하면서... 막상 얘기를 하고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고 A원장님의 기도로 마무리를 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화원에 가서 상추, 쑥갓,, 깻잎, 대파, 당귀 등 여러가지 모종을 사가지고 왔다.
호미로 땅을 파서 모종 하나 하나를 심는 것은 그저 힘들거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모종 하나씩 심을 때마다 또다른 기쁨이 있었다. 나는 푸른 채소를 보니 이 말씀이 생각났다.
창세기 1장 29 ¶ [하나님]께서 이르시되, 보라 내가 온 지면 위에 씨 맺는 모든 채소와 또 속에 씨 맺는 나무의 열매를 가진 모든 나무를 너희에게 주었노니 그것이 너희에게 먹을 것이 되리라. 30 또 땅의 모든 짐승과 공중의 모든 날짐승과 속에 생명이 있어 땅에서 기어 다니는 모든 것에게는 내가 모든 푸른 채소를 먹을 것으로 주었노라, 하시니 그대로 되니라.
사 온 모종을 다 심었다. 물 주는 것도 흙이 파일까 행여 다칠까 조심조심 주었다. 모두 끝난 모종을 바라보니 정말 뿌듯했다.
남은 고랑에는 고추와 방울토마토를 심기로 했는데 열매가 맺히는 것은 지금 심으면 안된다고 하여 다음에 또 심기로 했다. 농사가 처음인 A원장님과 나는 "이제 우리는 농사꾼"이라고 하면서 마주보고 웃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상추 모종을 심었고 다음에 고추도 심을건데 고추 농사 잘 지어서 고춧가루 내가 보내준다고 했더니 어머니께서 크게 웃으셨다.
나는 오전에 왔던 길을 되돌아 운전하고 가면서 지난 한 주 나에게 일어났던 일과 이제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일이 또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여러가지로 깊이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음을 감사했다.
전도서 7장 14 번영하는 날에는 기뻐하되 역경을 당하는 날에는 깊이 생각하라. [하나님]께서 또한 이것과 저것을 서로 마주 보게 두신 것은 사람이 자기 뒤에 있을 어떤 일도 찾아내지 못하게 하려 하심이니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