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나, 인생 헛 살아온 것 같아! 얼마 전, ‘Begin with the End in Mind’라는 제목으로 인생의 끝을 마음에 두고 살아가자고 글을 올렸는데, 같은 맥락에서 아래 시를 공유하고자 한다.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만리 길 나서는 날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여기서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먼 길을 나서며 처자를 맡길 수 있는 사람, 온 세상 다 나를 버려도 믿을 수 있는 사람, 침몰하는 배에서 구명대를 건네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라 할 수 있는 사람, 죄 없이 억울하게 죽음을 맞게 될 때에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고 일러줄 사람, 죽음의 문턱에서 ‘저 하나 있으니’ 하며 안심할 수 있는 사람, 온 세상이 다 ‘예’라 하더라도 당당하게 ‘아니오’를 외칠 수 있는 사람. 이 시는 이런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를 묻고 있다. 그 사람은 친구가 아닐까. 죽을 때 자신을 알아주는 진정한 친구 한 사람만 있어도 성공적인 인생이라 그랬던가. 목숨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이, 즉 나를 위해 대신 죽어줄 사람이다. 시 속에서 말하는 ‘그 사람’은 바로 이런 사람이 아닐까? 이 시를 아내에게 보여주며, 나 : 여보, 나 인생 헛 살아온 것 같아! 아내 : ........ 나 : 나 죽으면 당신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아내 : ........ 나 :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 대신 죽어줄 친구가 없다니까. 아내 : 그래도 당신은 예수님이 있잖아요! ‘보라, 내가 세상의 끝까지 항상 너와 함께 있느니라. 하시니라. 아멘.’(마태복음 28장 20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