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를 다녀와서(3) 교제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
성지순례의 또 다른 매력은 함께 하는 성도들과 교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이다. 성지순례는 자연스럽게 교제가 이루어진다는 특징이 있다. 왜냐하면 버스, 순례지, 호텔, 식당 등에서 자연스럽게 조우하기 때문이다. 약 11일 동안 총 52명의 성도들을 좀더 깊고 넓게 알 수 있었던 것은 커다란 소득이었다. [버스 안에서] 한 버스에 26명씩 나누어 탔다. 10일 동안 한 버스를 타고 움직이다 보면 성도들의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것이 진짜 모습이다. 늘 같은 자리에 앉아 가는 성도도 있고, 이곳저곳 자리를 옮기는 성도도 있었다. 버스가 출발해야 하는 시간도 깜빡 할 정도로 호기심 많은 성도들도 있었다. 호기심이 강한 사람들은 한 곳에 꽂히면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른다. 또 버스 안에 탄 사람들의 필요(물, 간식 등)를 자진해서 채워주는 성도, 매번 버스에 여행 가방을 싣는 데 도움을 주는 성도도 있었다. [순례지에서] 같은 버스를 탔지만 현장에 내려서 구경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동선이 겹치게 된다. 옆으로 지나가며 한 마디씩 하게 된다. 폐허된 곳을 볼 때는 안타깝게 생각하고, 정교한 곳을 볼 때는 감탄을 하는 말을 듣게 된다. “이 분은 이러한 것을 보고 이렇게 느끼는 구나!”라며 서로를 알게 된다. 가끔 A버스와 B버스가 순례지에서 만날 때가 있었는데, 오랜만에 만나는 것처럼 반가웠다. [호텔에서 같은 방을 쓰면서] 호텔에서 잘 때는 2인 1실이었다. 부부, 모녀, 자매가 같은 방을 쓰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을 것이다. 나처럼 혼자 온 사람은 역시 혼자 온 형제와 자게 되었다. 나와 방을 같이 쓰게 된 형제와 많은 대화를 하면서 깊게 사귈 수 있었다. 무려 열흘 동안 한 방을 쓰니 무슨 말을 못할까? [식당에서] 하루 세 번 식사 때도 교제가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각각의 성도들이 선호하는 메뉴가 어떤 것인지 알게 된다. 이때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아도 동석하는 성도들의 식성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그리스나 터키는 중국이나 동남아 나라들보다는 향이 그리 세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어느 호텔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저녁 때 수프가 맛있었는데, 비슷해 보이는 수프가 아침에는 영 맛이 달라 먹기가 힘들었다. 나오는 메뉴마다 다 입맛에 맞을 수는 없다. 어떤 분들은 한국에서 가지고 온 김, 깻잎, 김치 등을 내놓기도 했다. 주로 빵과 과일 위주로 식사를 하는 분들도 있고, 현지식이 입맛에 맞아서 그런지 두 세 번씩 가져다 드신 분들도 있었다. 어떤 성도는 너무 잘 먹어서 살찔까 걱정된다고도 했다. 이번 성지순례는 함께 한 성도들에 대해서 더 넓고 더 깊게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줄곧 함께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교제가 이루지게 된 것이다. 여행을 통해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는가를 서로 주고받다 보면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을 발견하게 되는 매력도 있다. 나를 웅변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평소에 이미 다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번 성지순례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성도들의 참 모습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