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요즈음에 이런저런 일 겪으면서 느꼈던 점들을 나누고 싶어 글을 드립니다.
요즈음에 내가 왜 이렇게 지치고 약해져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가끔 우울해지면서 주님이 빨리 오시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세상에서의 이 모든 수고와 짐들을
하루빨리 벗어버리고 싶어하던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오랫만에 그 병이 재발했구나 싶었어요.
마음을 어렵게하는 몇 가지 일들 중 하나는
** 교회에서 각별하게 우정을 나누던 친구의 남편 되는 형제가 췌장암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습니다.
같은 날 ** 교회에 가서 둘 다 거기서 결혼하고, 아이들 낳고, 주님을 바라보며 열심히 살았는데...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문자를 받고 병원으로 달려가면서
버스 창 밖으로 보이는 세상이 평상시 내가 살던 세상과 너무나 다르게 보였습니다.
이 세상에 사는 동안에 누군가를 미워하고, 싸우고,
비난하는 일들이 얼마나 부질없고 허망한 일처럼 느껴지던지...
말기암 환자들이 대부분 그렇다는데
오랫동안 음식을 못 먹어서 내가 알고있던 형제의 얼굴 모습을 도저히 찾아볼수 없었습니다.
살면서 처음 목격한 그 낯선 얼굴속에서 저는 계속 인간의 존엄성을 찾아보려 애썼습니다.
물 한 모금 넘겨보는게 소원이라는 말을 듣고
돌아오면서 두 발로 활기차게 걸어다니는 살아있는 사람들이 아릅답고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목구멍으로 음식 한 모금 넘긴다는게 얼마나 큰 축복이고 중요한 일인지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남편의 그 모든 고통스런 과정을 옆에서 고스란히 지켜봐야 하는 친구 생각에
밥을 먹어도 잠을 자도 편치가 않습니다.
또 하나는 아버지와 다투시는 친정 엄마 때문에 거의 매일 전화로 시달립니다.
딸이 저 하나인지라 매일 전화해서 푸념하시는데 어느땐 고문처럼 느껴집니다.
심지어 부모님이 오래 사시면 내가 먼저 가겠구나하는 생각도 듭니다.
또 한 가지는 아이들에게 부모노릇 하는게 너무 너무 자신없고 힘들어서 도망가고 싶다가
어느 순간 남편이 미워지기도 합니다.
나는 이렇게 힘든데 저 사람은 아빠로서 참 무심하구나 싶어서요.
결국엔 이 모든 수고와 짐들이 빨리 끝나도록 주님께서 어서 속히 오셨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됩니다.
어젯밤에 남편한테 서운해서 푸념해놓고 줄곧 자신을 돌아봤습니다.
그래도 좀 나아진게 예전엔 싸우면 며칠 동안 계속 남편의 허물만 묵상했는데(그래서 더 괴로웠어요)
요즈음엔 곧 자신을 돌아볼 줄도 알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럴때는 주님께서 또 은혜를 베풀어주시는것 같습니다.
예전에 항상 의문스러웠던게 마태복음 25장의 달란트 비유였습니다.
일 달란트 받았던 종이 왜 그토록 책망을 받아야 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저 역시도 잘못 투자했다 날릴까 봐 그냥 잘 보관했다가 원금이라도 손실이 없게 주인께 돌려드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제 제 자신을 돌아보면서 그 종이 왜 악하고 게으른지와
요즈음 무기력증에 우울증에 빠져있으면서
주님 오실 날만 손꼽아 기다리던 제가 바로 그 일달란트를 땅 속에 감추어 두었던 종과
똑같은 사람이라는걸 깨달았습니다.
마음 속에서 저를 짓누르고 무기력하게 했던 그 짐들을 주님 말씀으로 다 날려버렸습니다.
살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이다보니 말씀드리면서도 송구스럽지만
그래도 목사님 내외분과는 이런저런 사는 얘기들을 나누고 싶어요.
남은 시간들을 함께하면서 서로 지켜봐주고, 응원해주고,
은혜를 함께 나누어야할 사이이기 때문인가봐요.
목사님도 컨디션 속히 회복하시고 평안한 가운데
우리 모두에게 주님의 착하고 신실한 종으로 드러나도록 기도할게요.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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