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큰 아들이 오늘 뜬금없이 제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엄마 만약 요정이 나타나 엄마에게 3가지 소원이 뭐냐고 물으면 엄마는 뭐라고 하실거에요?"
때마침 급하게 할 일이 있어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딱히 대답할 가치가 없다 여겨져
"응... 글쎄, 돈이나 많이 달라고 할까? 다른건 뭐 별로... 야, 그런데 요정이 뭐니 우린 믿는 사람들인데......"
그러자 아이가 대답이 시원찮았던지 바로 맞받아치면서 그럽니다.
"아, 맞다. 하나님이 소원을 3가지 말하라고 하시면요."
조금은 귀찮았지만 그래도 약간의 고민을 하는 척 하다가
"너는 무슨 소원을 빌고 싶은데?" 하고 물었습니다. 분명 뭔가 다른 속내가 느껴졌기 때문이었지요. 예를들면 갖고 싶은 장난감이 있다던가, 하고 싶은게 있다는 말일거라 생각한거죠. 그러나 예상은 뜻밖이었답니다.
"우선 저는 우리 가족 모두가 휴거받게 해달라는 거랑,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예수님을 믿고 구원받는거랑, 세상에 갈라진 나라 없이 전쟁이 사라지게 해 달라는 거에요."
순간 속으로는 '음, 역시 교육한 보람이 있군.' 싶었지만 겉으로는 또 일장연설을 늘어 놓고야 말았습니다.
결국 대화는 종교통합, 뉴에이지, 천년왕국까지 가게 되어 아이는 지루한지 TV만화에 더 빠져서 제 말은 건성으로 듣고 있더군요. 그리고 얼마 있다가 만화에 야단치는 엄마가 나오자 아이가 그럽니다.
"세상에 좋은 엄마는 없지."
순간 속에서 울컥 올라오더군요.
"뭐? 그럼 니 말은 세상의 모든 엄다는 다 나쁘다는 뜻이냐?"
그러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아들이
"아니, 엄마들은 항상 야단치고, 이거해라, 저거해라 하면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잖아."
"그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부모님 말에 순종하지 않고 말썽을 피우니까 그런거야. 오죽하면 성경에도 나와 있겠니, 아이들의 어리석음에 대해서 매로 다스려야 한다고, 말을 잘 들으면 왜 야단을 치겠어......"
결국엔 또 모자사이가 냉전이 되어버리고 말았지만 제가 아이라도 조금 억울할 법 합니다.
모두를 재우고 저만의 시간이 오자 그 일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돌이켜 보니 참 형편없는 대답이었구나 싶기도 하고 또 아이에게 내가 정말 좋은 엄마인가 하는 반성도 들기도 하고, 정말 내 소원은 무엇인가 하는 고민도 하게 되었습니다.
조용히 생각을 해 보니 지금 현재 저의 소원은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가 되는 것입니다.
내 생각을 억지로 강요하고, 심한 말로 상처를 주어 아이의 자존감을 낮추고, 이런저런 핑계로 정말 아이가 나를 필요로 하는 순간 함께 해 주지 못했던 지난 과거가 한순간 필름이 스치듯 제 마음을 후벼 파는 것 같습니다.
정말 아이는 내 소유가 아니고 하나님이 내게 잠시 맡겨주신 소중한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 하는데 참 맘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다시 첫 아이를 잉태하였을 때 주님께 감사기도를 올리며 다짐하였던 그 마음을 회복할 수 있을 지 자신은 없지만 이 밤에 그동안 아이가 받았을 수많은 상처에 대해 조금이라도 회개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잠자리에 누우려 합니다.
그나저나 어느새 두 아이가 저렇게 사랑스런 모습으로 제 옆에 누워 있을까요? 그리고 우리 원이는 어느새 저렇게 훌쩍 자랐을까요? 세월이 참 빠르긴 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