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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익조(比翼鳥)의 사랑이야기조회수 : 8053
    • 작성자 : 유용수
    • 작성일 : 2014년 4월 7일 21시 41분 50초
  •  

    # 비익조(比翼鳥)의 사랑이야기

     

    “재천원작비익조(在天願作比翼鳥) 재지원위연리지(在地願爲連理枝)”라는 글이 있습니다.

     

    이글은 중국 당나라의 왕 현종과 절세의 미인이라고 소문이 자자했던

    양귀비와의 사이에 주고받았던 연애편지 속에 나오는 글입니다.

    하늘에서는 비익조(比翼鳥)가 되고 땅에서는 연리지(連理枝)가 되겠다는 뜻입니다.

     

    “비익조”라는 새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상상 속의 새입니다.

    “비익조”는 중국의 전설 속에 나오는 새로서

    암수 두 마리가 한 몸이 되어 날아다닌다는 전설속의 새입니다.

    사이가 좋은 부부나 남자와 여자의 관계가 늘 함께 한다는 것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연리지”라는 말도 중국전설에 나오는 나무로서

    뿌리는 둘이지만 줄기가 하나로 합쳐져 한 나무가 된다는 뜻으로

    부부의 깊은 애정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제가 읽었던 글 하나를 소개합니다.

    정 호승의 "항아리"라는 책 속에 비익조(比翼鳥)라는 소제목의 글 내용입니다.

     

    =>

    비익조는 태어나면서부터 왼쪽 날개가 하나뿐인 채로 태어납니다.

    새에게서 날개가 한쪽뿐이라는 말은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온전한 상태로 태어나지 못했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비익조는 불행한 존재로 세상에 태어납니다.

    그러나 비익조는 그 자신도 처음에는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그저 답답한 알에서 부화해서 눈부신 세상을 보았고

    신선한 공기를 맛보는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기에 자기 자신이 어떤 생태라는 것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를 알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점점 자라면서도 엄마가 열심히 물어다주는 먹이를 부지런히 받아먹는 재미에 빠져

    자기 자신의 날개가 한 짝 뿐이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차차 시간이 지나고 몸집이 커져 갔습니다.

    이제는 날기를 배워야 할 시기가 되었을 때였습니다.

    그제 서야 비익조는 자기 자신이 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물론 처음에는 날기 위하여

    온몸에 피멍이 들 정도로 수없이 둥지 밖으로 뛰어내려도 보았습니다.

    날지 못하는 새는 새가 아니라는 생각에서였던 것입니다.

    그 정도의 고통쯤은 어디까지나 날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열심히 정말 열심히 둥지 밖으로 뛰어내렸습니다.

    그럴 즈음 비익조는 하나의 깨달음을 터득하게 됩니다.

    날개가 한 짝 뿐이기 때문에 하늘을 훨훨 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던 것입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날 수가 없자 자가 몸을 자세히 살펴보았던 것입니다.

    뜻밖에도 자신의 몸은 날개가 한 짝 밖에 없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한쪽 날개만으로는 균형을 잡을 수 없어

    아무리 노력해도 날 수가 없다는 현상을 깨우쳤던 것이지요.

     

    그래서 놀란 목소리로 엄마에게 묻습니다.

     

    "엄마, 왜 나는 날개가 하나뿐이죠?“

     

    그러자 엄마는 조용히 이렇게 답을 해 줍니다.

     

    “놀라지 마라. 너만 그런 게 아니란다.

    자, 봐라! 이 엄마도 날개가 하나뿐이지?"

     

    엄마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천천히 몸을 움직여 당신의 하나뿐인 날개를 보여주었습니다.

     

    정말로 엄마의 날개가 하나뿐이라는 것을 보게 됩니다.

    자기는 왼쪽 날개가 하나뿐인데 엄마는 오른쪽 날개가 하나뿐이었습니다.

    비익조는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고

    멍하니 엄마의 얼굴을 쳐다보고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마음껏 하늘을 나는 엄마가

    날개가 하나뿐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엄마는 다시 말을 이어갑니다.

     

    "엄마뿐만이 아니다.

    이곳에 사는 새들은 모두 날개가 하나뿐이란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

     

    궁금해진 비익조는 다시 엄마에게 묻습니다.

     

    "엄마, 날개가 하나뿐인데 어떻게 날 수가 있지요?

    나는 지금 날개가 하나뿐이기 때문에 균형을 잡을 수가 없어 날 수가 없잖아요?"

     

    비익조는 엄마가 한쪽 날개로도 날 수 있다는 사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엄마는 이렇게 답을 합니다.

     

    "그건, 엄마가 어른이기 때문이란다.

    너도 어른이 되면 날개가 하나라도 얼마든지 날 수 있어,

    그러니까 날기 위해서는 먼저 기다릴 줄 알아야 하는 거야~"

     

    비익조는 기다림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습니다.

    엄마가 말하는 기다림에 대해 이해할 수가 없어 다시 물었습니다.

     

    "기다림? 엄마, 그 기다림이라는 게 뭐죠?"

     

    엄마는 다시 답을 합니다.

     

    "그건, 우리를 날 수 있게 하는 귀한 것이란다.

    그러니까 우리들은 날기를 배우기 전에 먼저 기다림을 배워야 한단다.

    우리는 기다림 끝에 날 수 있어~"

     

    엄마의 말씀에 안심은 되었지만 어른이 될 때까지 참고 기다리기는 싫었습니다.

    무엇을 기다린다는 것은 참으로 힘들고 인내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날부터 어른이 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비익조는 둥지 안에서 어른이 되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습니다.

    시간은 많이 흘렀습니다.

    세월이 많이 지났다는 말입니다.

     

    어느 날 아침! 햇살이 비익조에게 말을 건네 왔습니다.

     

    "너도 이제 다 컸구나."

     

    그 말을 듣는 순간!

    자기가 이제 어른이 된 줄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그는 당장 둥지 밖으로 나와 날기를 시도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오리처럼 뒤뚱거리다가 날개가 없는 오른쪽으로 픽 쓰러지기만 할뿐이었습니다.

    강한 바람이 불기를 기다렸다가 재차 시도해보아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는 원망이 가득 찬 눈초리로 엄마를 쳐다보며 다시 묻습니다.

     

    "엄마, 어른이 되어도 날 수가 없잖아요?"

     

    그러자 엄마는 방긋 웃으면서 말을 합니다.

     

    "사랑을 한번 해보렴. 사랑을 해야 날 수가 있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비익조는 바위에 머리를 부딪친 것같이 정신이 띵~해져 왔습니다.

    사랑이라는 말을 이 세상에 태어나 생전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엄마, 사랑을 어떻게 하죠?"

     

    "네가 직접 한번 경험해보렴."

     

    "사랑을 하지 않으면 날 수 없나요?"

     

    "그렇단다. 우리는 사랑을 하지 않으면 날 수 없단다.

    엄마가 한쪽 날개만으로 날 수 있는 건 바로 사랑을 하기 때문이란다."

     

    날기 위해서는 사랑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비익조는 그때야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엄마가 어른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한 것은

    바로 그 사랑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들뜬 마음으로 사랑을 찾아 길을 떠나기로 작정합니다.

    그러나 사랑이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엄마한테 물어보아도 어디까지나 자기 힘으로 사랑을 찾아야 한다고만 할 뿐

    더 이상 아무 것도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풀잎아, 사랑이 뭐니?"

     

    그는 길을 가다가 풀잎에게 물어봅니다.

    풀잎도 아무 말 없이 그저 웃음만 지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한참을 가다보니 길가에 자기와 똑같이 생긴 새 한 마리를 만나게 됩니다.

    그는 그 새와 그만 눈이 딱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순간, 가슴이 떨려왔습니다.

    그래서 비익조는 이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아! 사랑은 눈이 마주치는 것이로구나.” 이렇게 말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것도 알게 됩니다.

    풀잎처럼 내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 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입니다.

     

    사랑을 무슨 풀잎의 이름인 줄 알았던 자기 자신이 우스워 그만 픽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러자 자기와 눈이 마주쳤던 새도 그렇게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들의 사랑은 그렇게 웃음 속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들은 날기 위하여 서로 사랑을 찾아 나섰다는 사실을 곧 알아차렸습니다.

    그도 사랑을 하면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이 날기를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엄마의 말과는 달리 그들은 날 수가 없었습니다.

    강한 바람이 불기를 기다려 서로 몸을 밀착시키고 함께 날개를 움직였습니다.

    그러나 날기는커녕 그대로 언덕 아래로 곤두박질쳐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이제는 엄마한테 대들 듯이 말을 합니다.

     

    "엄마, 사랑을 해도 날 수가 없잖아요!

    왜 그런 거짓말을 하세요?"

     

    엄마는 다시 빙긋이 웃으면서 말을 합니다.

     

    "그건 네가 왼쪽 날개를 지닌 새를 만났기 때문이야~

    넌 왼쪽 날개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서로 힘을 합쳐 날기 위해서는

    오른쪽 날개를 지닌 새를 만나야 하는 거야~

    그러니까 왼쪽 날개를 지닌 새는 오른쪽 날개를 지닌 새를 만나야 하고,

    오른쪽 날개를 지닌 새는 왼쪽 날개를 지닌 새를 만나야 한단다.

    그게 우리들 만남의 불문율이라는 거란다."

     

    “아이 참, 진작 그런 말씀을 해주시지”

     

    비익조는 엄마한테 그런 말을 하고 싶었으나 속으로 꾹 참고 돌아섰습니다.

    그러자 엄마가 조용히 그를 불러 세웁니다.

     

    "아들아, 중요한 것은 사랑에는 어떤 목적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랑은 그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있는 게 아니란다.

    사랑을 하다보면 자연히 원했던 삶이 이루어지는 것이야“

     

    그는 엄마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사랑을 찾아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그의 첫사랑은 분명 날아야 한다는 데에 목적을 둔 사랑이었습니다.

    목적을 이루기 위한 사랑은 곧 파괴되고 만다는 사실에 마음이 쓰라렸지만

    산다는 것이 생각보다 무척 힘든 일이라고 여겨진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아들아, 엄마가 또 하나 빠뜨린 게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사랑을 하더라도 진실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제 다가왔는지 엄마가 다시 비익조를 불러 세웠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여전히 엷은 미소를 잃지 않는 채 말해 주십니다.

     

    "진실로 사랑하지 못하면 우리는 날 수가 없다.

    우리가 사랑을 한다는 것은 바로 나머지 하나의 날개를 얻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아들아, 사랑을 잃지 않도록 해라.

    사랑을 잃으면 우리는 다시는 날 수 없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네가 먼저 사랑해라.

    사랑을 받을 생각을 하지 마라.

    줄 생각만 해라.

    그러면 자연히 사랑을 받게 되고, 우리는 영원히 나머지 한쪽 날개를 얻게 된다."

     

    비익조는 엄마의 말씀을 명심, 또 명심했습니다.

    그리고 말씀 그대로 노력하고 실천했습니다.

    지금 그는 한쪽 날개만으로도 마음껏 하늘을 자유로이 날고 있습니다.

     

    2014년 4월 7일(월)

    유 용수

     

    note

    어른들이 읽는 동화 “항아리”는 10여 년 전에 읽었던 책입니다.

    요즈음 교회에서 시리즈로 들려주시는 말씀들을 들으며

    “사랑” “가정” “부부관계” 등등, 우리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단어들을 떠올리다가

    문득 이 글이 떠올라 여기에 올립니다.

    비익조가 내 자신이었다면 나는 어떠했을까? 생각해 보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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